그렇게 말했던 아이는, 죽는 순간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두려움이 만연했던 얼굴이, 가는 길에 계속해서 걸렸으리라.
'……약속할게요. 다시 만날 수 있어. 꼭, 알아봐 줘야 해요.'
정말은 레이 씨 이렇게 외롭게 남겨두고 가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스스로 생을 저버리거나 하진 말아줘요. 약속이니까, 지켜주세요. 선배.
관계의 시작점이 됐던 호칭을 뱉으며 우는 듯 웃는 얼굴이 너무 고와서 더욱 두려웠다. 얼마나 잔인한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거냐는 말을 뱉기도 전에, 말이 목구멍에 걸려 어물대던 사이에, 그렇게 꽃같던 아이의 숨은 꺼졌다.
모르고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이다지도 다른 것을. 모든 상상과 추측은 현실과 비교할 수가 없다. 겪기 전에는 1%도 들어맞지 않는다.
그저 이 흐르는 눈물이, 소망이, 그 아이에게 잘 닿기를 기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음 편히 보내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정말로 그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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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괴로운 일인가.
사랑하던 사람이 명을 다해 죽은 후, 그 연인은 꽃을 토하기 시작했다. 꽃의 종류는 하루하루 다양했다. 어느 날은 백합을, 어느 날은 이름 없는 들꽃을, 어느 날은 수국의 꽃잎을. 분홍빛의 꽃을 토하는 날에는 분홍색을 좋아하며 곱게 뺨 붉히던 연인이 생각나 잠도 이룰 수 없었다.
"욱……."
올라오는 역한 느낌은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벌써 몇 해 째인지 셀 수도 없는데도, 괴로운 마음을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꽃은 끝없이 나왔다.
"……."
그와 마찬가지로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동생마저 동정의 시선을 보낼 정도의 일상적인 토악질이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물으면, 흡혈귀는 입을 막고 웃었다.
"약속했으니까, 꼭 지켜 줄 거란다."
그 날 토한 꽃은…… 그래, 약속을 상기시키는 꽃이었던 것 같다.
"리츠야, 이 꽃은 말이다."
제 몸 속에서 나온 꽃잎 한 장을 동생의 손에 올려주며 레이는 그저 미소지었다. 아프지만 할 수 있다고, 아직 버틸 수 있다고. 그 애가 슬퍼할 일은 하면 안 된다고.
"사랑의 약속이란다."
"……바보같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소중하게 손 안으로 사라지는 메밀꽃잎을 바라보던 레이는 동생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레이는, 아직 살구꽃을 토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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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괴로움 따위는 흐르는 시간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는지, 세월은 점점 변해만 갔다. 그 무수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제 연인을 기다리던 레이였지만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혹은 저가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물론 알아볼 자신은 있었지만 오랜 세월 살아온 흡혈귀는 경우의 수를 가정할 줄 알았다.
"……이건."
그렇게 여러 경우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살, 구……꽃."
유독 쓰림이 심했던 날 토한 꽃은 그토록 기다리던 살구꽃이었고, 그 날 이후로 레이의 꽃 토는 멈추었다. 매일매일 몇 번이고 올라오던 역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레이의 눈이 점점 커졌다.
돌아왔다.
그토록 사랑했던 꽃 같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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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배."
기억 속의 그 모습 그대로, 해사한 미소를 지은 소녀를 본 레이의 발이 우뚝 멈추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나이를 감추고 그대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던 중이었다. 덕분에 교복을 입고 있었고, 그때와 같은 최고 학년의 신분이었다.
"약속, 잘 지켰네요."
미안해요. 너무…… 오래 걸려 버려서.
예쁘게 접히는 눈꼬리마저 같아서, 레이 역시 웃고 말았다.
"전학이라도 온 겐가? 사랑스러운 아가씨."
"응, 약속했으니까요."
레이는 자켓 안에 소중히 들어있는 마지막으로 토했던 살구꽃을 떠올렸다. 이것은 네가 보낸 신호였을까.
"그럼…… 사랑한다고 해 줘야 하지 않겠나?"
작지만 맑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아이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레이의 볼에 작은 감촉이 닿았다 떠났다.
"사랑해요, 레이 씨. 고마워요."
"응, 이 몸도……"
레이의 손이 소녀의 양 볼을 감쌌다.
"사랑해, 안즈."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맙다.
입술에 막혀 사라진 소리였어도, 안즈에겐 확실히 전달되었을 터였다.
흩날리는 살구꽃을 배경으로, 구태여 말하지 않은 감정들이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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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박스 리퀘입니다~! 는 이런 내용 아니었지만요!!!(그냥 하나하키였음ㅋ ㅋ ㅋ)
하나하키에 걍 마음대로 설정 가미해 버렸어요 너그럽게 봐주세요.....🙏🙏🙏..... 보시는대로 환생물..... 입니다.....(민망....)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고민고민하다가 어느덧 n달이 지나버려서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한 것 같아 면목없습니다ㅠㅠ 누구신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