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에 2주 전이라고 돼있던데 체감상은 한달 됐다......
의식의 흐름으로 갈겼던(..) 것 뒤 이어서. 나이는 그냥 적당히 붙였음.
달달한 연애 해줘~
레이가 그 말을 던진 것은 오랜만의 동창회 이후, 돌아가는 길이었다.
"네?"
"다시 말해줘야겠는가…?"
예에.. 잘못 들은 건가 싶었던 안즈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했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건 아닌 모양인지라,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저기, 그러니까… 정말 그걸 원하시는 거예요?"
"음."
긍정의 대답에 안즈는 그저 황당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레이가 한 요구는,
"오빠(お兄ちゃん)라고, 진짜 불려보고 싶다고요?"
"안될 건 뭔가?"
그야말로 정말 갑작스럽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으니.
안즈의 눈동자가 당황을 담아 데굴데굴 굴렀다. 아,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 슬쩍 레이를 올려다 보면, 여전히 기대에 차 있는 표정이 시야를 한가득 채웠다. 왜 저렇게 기대에 차 있는 것일까. 그게 그렇게 쉽게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안즈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추측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상황 타파에 도움되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저기, 그…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그건, 좀…."
"이 몸은 아가씨보다 연상이라네? 오빠가 맞지 않은가? 그리고 연인이라네? 사랑스러운 동생에게도 형아 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 이 몸이 안타깝지도 않은가? 냉정하구먼……"
"에?!"
그러니까, 갑자기 왜?!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누른 안즈는 그저 당황한 표정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동안, 레이 씨라는 호칭으로도 괜찮았는데. 사실 밑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안즈에겐 큰 난관이었다. 처음 레이 씨, 라는 호칭을 썼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자꾸 사쿠마 선배로 돌아가려는 호칭을 레이가 긴 시간을 들여 교정해 줬었다. 그리고 내심 뿌듯해하며 좋아했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인가. 안즈에겐 예상 가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오빠라니, 그런 거, 못 한다. 특히 레이에게는. 부르는 순간 부끄러움에 죽고 말 테니까.
"……."
"흐음─."
난감해하며 시선을 돌린 안즈의 귀에 레이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런. 위기감을 느낀 안즈가 서둘러 발을 옮기려고 했지만, 도망가려 했던 의미도 없이 곧 레이의 손에 팔이 잡히고 말았다. 식은땀이 나는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면 감히 도망을 가려고 했냐는 듯 슬쩍 웃는 미소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아가씨의 남자친구는 누군가?"
"…사, 아니, 레이 씨… 죠…?"
"이 몸은 몇 살?"
"스, 스물 다섯 살……."
"안즈는 몇 살?"
"스물… 세 살……."
문제 없지 않은가? 무해해 보이지만 힘이 실린 미소를 유지하며 레이는 안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말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안즈가 아무리 울상을 지어도 레이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원래 막무가내인 사람이지만 오늘따라 더 막무가내인 것 같은 건 착각일까.
"대, 대체 왜요? 갑자기! 그런 거 관심 없던 사람이잖아요."
"뭐어… 그랬었는데, 조금 마음이 바뀌었네."
확실하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레이 때문에 안즈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아니, 그런다고 오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해봤자 돌아올 답은 왜? 일 게 분명했기 때문에 그냥 참았다. 그래, 분명 나이상으로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지만... 너무 낯간지럽지 않은가.
"어떻게 해도 어렵다면 이렇게 할까."
"?"
안즈가 계속 시선을 떨어뜨리고 우물쭈물하자 레이에게서 다른 제안이 튀어나왔다. 다른 제안이라고 해 봤자 또 황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안즈는 긴장의 침을 삼켜야 했다. 이번엔, 또 뭐를... 불안한 눈빛으로 레이와 눈을 마주치자 레이가 예쁘게 눈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키스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오빠라고 불러보기. 1택이라네. 자, 뭐가 더 좋은가?"
"저기요!"
"으응~?"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이 비겁한! 안즈의 얼굴이 억울함으로 물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르는 척 빙글빙글 웃고 있는 레이는 자, 어느 쪽을 택할 텐가~ 하며 즐겁게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 해도 지금도 누가 따라붙어 있을지 모르고, 밤이라도 이런 길 한복판에서 키스 같은 걸 했다간 욕먹기 딱 좋다. 그걸 알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안즈가 입술을 꾹 물었다.
"지, 진짜 할 거죠?"
"물론이지."
"…으으……."
모르는 척 안즈에게 져주는 평소의 레이는 없었다. 여기 있는 레이는 불도저같이 밀어붙여야 하는 레이다. 대체 어디서 스위치가 눌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울망한 눈으로 한동안 레이를 바라보던 안즈는 한 치의 미동도 없는 모습에 체념하고 말았다. 여기서 이길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런 사람이었다.
"오, 오… 빠."
"음~? 안 들리네. 한 번 더."
"으윽, 오, 오… 빠."
"더듬지 말고."
리츠 군이 아무렇게나 부를 때는 좋다고 넘어가면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아도 레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 얼른. 재촉하며 속삭이는 목소리에 안즈는 눈을 꼭 감았다. 치사한 사람. 비겁한 사람!
"오빠 (お兄ちゃん) ……."
"……."
눈을 꼭 감고 쥐어짜낸 목소리는 애처롭게 떨리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더듬지 않고 뱉어낼 수 있었다. 설마 눈을 감은 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하고 긴장한 채 서 있는데 아무리 지나도 레이에게선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
뭔가 싶어 한 쪽 눈을 뜨고 레이를 올려다보면,
"……음. 엄청나구만. 어. 응. 왜 그렇게, ……그러는 지 알겠어. 아, 이런. 위험해."
"에?"
그제서야 말을 뱉어내는 레이는 가만히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부산스러워 보였다. 말투도 거칠고, 이제 막 잠에서 깬 것처럼 횡설수설한 모습에 양 눈을 다 뜨고 자세히 봤더니, 레이가 서둘러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등을 돌렸다.
"제길, 이 자식들…… 앞으로 오빠라고 부르라고 할 때마다 국물도 없어."
"……."
조그만 목소리가 안즈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어리둥절하게 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안즈는 그제서야 이 고집의 근원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 안즈, 오빠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안 해~?
- 앗, 안즈~ 오랜만이야. 여전하네! 아, 예전처럼 오빠라고 불러도 좋아! 나는 여전히 니~쨩인걸~
아마, 동창회에서 신경에 거슬리는 것들이 몇 있었던 모양이었다.
'질투…… 해 준 건가?'
상황 파악을 한 볼이 붉어졌다. 안즈 역시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 어쩌지.
너무,
"안즈. 앞으로 다른 녀석들한테는 이런 거 하면 안 된다."
기쁜데……
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도 못한 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이 상황이, 연애 초기 같은 두근거림이,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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