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꽃 1주년 기념 연성! ...인데 급조에 폰으로 쓰느라 날림입니다... 미안해 레이야 안즈야... 장마꽃 가챠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날조입니다. 두번째 유메노사키 시점 글이네요(...) 지금 모바일이라 나중에 접는글로 수정할게요! 0612수정(늦게도했다)
장마의 피로연 첫사랑의 마법이었다.
사쿠마 선배의 손가락은 길고 예쁘다.
그야, 예쁜 게 손가락 뿐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레이의 손가락은 길고 예뻤다. 마이크를 쥐고 있을 때의 손은 보고 있기만 해도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거칠면서도 야릇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손이라고 해야할지, 그 분위기에 한 몫을 하는 손이라고 해야 할지. "이거 참, 넋이 나갔네. 어~이, 안즈 씨~ 어땠어요? 좋았던 거죠? 이렇게 멍해지다니." "아." "흐흥, 끝났다구요. 어때요, 경음부의 솜씨가! 특별 라이브였으니까, 제대로 감상 들려줘야 해요. 안 그러면 안 내보내 줄 거니까!" "……좋았어. 대단해, 다들." 넋을 잃고 있었던 새 히나타와 유우타가 가까이 다가와 채근했다. 안즈는 조금의 공백을 남기고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좋았다. 경음부가 연습하는 걸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무언가가. "그런 거 치곤 표정이 영 아닌데 그래, 쳇. 이 몸을 속일 생각 말라고? 이 정열적인 기타 소리를 못 알아듣는다니." "응? 아냐. 정말이야. 오오가미 군의 기타소리는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걸. 그저 오늘은……." 멍하니 돌려준 대답이 성에 안 찼는지 코가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안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오이 쌍둥이들도, 코가도, 여느 때와 같이 수준급의 연주를 했고 안즈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 이 라이브는, '한 명의 손님을 위한, 경음부의 특별 라이브 피로연이란다.' 안즈 자신, 한 사람만을 위한 라이브니까. 시끌시끌한 세 사람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를 슬쩍 쳐다보니, 피곤한 듯 수건으로 아직도 덜 마른 머리카락을 털고 있는 레이가 보였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향한 시선은 안즈의 머릿속에서 어느 한 장면만을 리플레이 시켰다. 가늘고 예쁘지만 단단해 보이던 남자의 손이 흑백의 건반을 두드리는 장면이 이렇게까지 자극적일 일일까? 아마, 레이가 피아노를 치는 걸 처음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역시나 시선이 느껴졌는지, 레이가 고개를 돌려 안즈와 눈을 마주쳤다. 핫, 숨이 걸리는 느낌이 났다. 너무 놀라버렸어. 이상하잖아! 서둘러 쌍둥이와 코가를 방패삼아 숨으려고 한 안즈였지만, 그 순간 레이가 웃는 것이 보였다. '어, 어어?' 안즈의 눈이 동그래지고, "아가씨, 연주는 좋았나? 피아노는 너무 오랜만에 쳐 봐서 그만 실수가 조금 있었구먼. 그래도 잘 봐줬다면 기쁠 게야." "……." "에이, 사쿠마 선배는 완벽하셨잖아요! 그렇죠, 안즈 씨? 아, 제 실수도 눈감아줘요. 평소엔 잘 하는데 말야." "평소에도 거기서 틀렸던 것 같은데." "으아앗, 비밀이에요, 그건!" 얼굴이 확 붉어졌다. "……." "어땠지?" 레이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요 근래 가장 열심히 한 연주 같구먼. 그렇게 덧붙이는 레이의 얼굴은 장마의 여파로 어둑한 창밖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온화함이 느껴졌다. "……좋았, 어요. 무척. 선배의 피아노, 자주 듣고 싶어졌어요." "그런가." 그것은 묘한 착각이었다. 마치, 이 공간 안에 둘만 있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 그 날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두루뭉술한 감정과 함께 사쿠마 선배의 웃음만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 예쁜 손가락이 만들어내던 곡조의 마법이었을까. 그래, 그건 아마, 한참 후에 자각할 감정을 싹트게 한 마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의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