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 하편 금방 들고올거라던 양심리스......... 등장.........!
금방은 개뿔 상중 텀이랑 별 다를바 없게 됐네요 아..... 뭐 어차피 기다리신 분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양심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흑흑
한번 썼다가 뒤집어 엎느라고 좀..... 걸렸네요 진짜 내가 써놓고도 어찌할바를 모르겠는 전개다 대체 무슨 내용?
원래 좀 위험하게 가고 싶었는데 역시나 건전한 전개네요 음 대단하다 나의 뇌! 나의 손! 뭐 그럴 것 같았지만!
사족으로 제목을 넘 바꾸고 싶었지만(회지랑 너무 비슷해서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대로..... 뭐.... 똑같은 사람이 쓰는 거라 어쩔 수 없습니다.(핑계대기대장 창의력고갈대왕)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즈는 레이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인외의 존재인 레이의 고집에 이길 방법도 없었지만 정말 놀라울 만큼 안즈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레이의 막무가내에 동생까지 편승해 레이는 잠시 나무를 떠나 안즈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야, 몇 년 간 없었던 보호자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덕분에 안즈가 안전해 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어디서 돈 많은 남자를 물어왔다는 수근거림이 차라리 나았다.- 속 편한 두 남자와는 달리 안즈는 영 찜찜해했다.
"왜 여기서 지내고 싶으신 건데요?"
한달째 어김없이 들려오는 질문에 마루에서 뒹굴던 레이는 고개를 들어 안즈를 바라보았다. 뭐가 이리 불만이 많은지, 레이가 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펴지질 않는 얼굴에 내심 서운했지만 레이는 속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처럼 웃었다.
"왜인지는 아가씨가 제일 잘 알지 않나?"
"......."
그래도. 외간 남자와 한 집에서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인데요. 볼멘소리를 하는 안즈에게 레이는 그럼 내가 없으면 또 위험을 감수할 겐가? 하며 안즈의 약점을 파고들어왔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그 소리를 듣고 내심 분해진 안즈가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을 던지면 항상 레이의 대답은 허무할 정도로 간결했는데,
'아가씨가 소중하니까.'
그 한마디에 안즈는 매번 꼼짝없이 지고 말았다.
* * *
매화가 지기 시작했다.
겨울 끝자락에 피기 시작하는 꽃이니만큼 질 때가 되어서 지는 것이지만, 안즈는 무척 아쉬워했다. 아가씨는 매화꽃이 그리 좋은가, 레이의 질문에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겨울에 피어나는 꽃이잖아요. 무척 강인해 보여서 부럽거든요. 매화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아가씨가 왜 그리 예뻐보였던지, 레이도 덩달아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가씨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네만.'
무심코 흘러나온 그 말에 기쁜 듯 볼을 붉히던 안즈가 매화꽃 따위보다 더 예쁘다고, 그리 말해 주고 싶었지만 레이는 그저 속으로 삼켜 두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아가씨의 세상에 저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때까지 참은 후에 말해주는 게 낫겠지 싶어서였다.
"어, 누나 아직 안 왔어요?"
한참 안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앞에 늘어진 발이 걷히더니 안즈의 남동생이 들어왔다. 레이는 낮에 움직이기 힘든 체질이었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집안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일과였다. 상당히 모양 빠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레이가 집 안에 있는 것 만으로도 안즈에게 쓸데없는 추파를 던지는 사람은 없어졌기 때문에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그것도 아니네요, 하던 안즈에겐 그저 민망하게 웃어줄 수밖에 없었지만.
"흠, 시간이 벌써 이리 되었나."
동생 군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져서 밤하늘에 가까운 색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집에 들어오면서 안즈의 허드렛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신세질 수는 없다는 남매의 단호함에 레이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단호한 아가씨는 이 시간까지 안 들어오고 뭘 하는 것인가. 더 어두워지면 위험하니 찾으러 가자 싶어 몸을 일으킨 레이는 곧 뭔가 느끼고 잠시 굳었다.
"조금 늦나 보네요. 전 저녁 준비할 테니까 마중 나가주셨으면 하는데."
"...그럴 것도 없겠는데."
레이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입을 뗀 동생 군에게 레이는 희미한 한숨과 함께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어지면 그냥 오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문앞에 당도한 레이가 발을 걷으며 슬쩍 뒤를 돌아보니 대답을 이해 못한 듯 눈이 동그래져 있는 동생 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아가씨가 말을 안 들어도 너무 안 듣는구먼.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만. 안전하게 데리고 오겠네."
여전히 영문 모를 말을 쏟아낸 후 훌쩍 밖으로 나가버린 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동생 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말을 참 안 듣는 아가씨구먼. 그렇지?"
어둑해진 풍경 속, 떨어지는 꽃잎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안즈는 낯익은 목소리에 흠칫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이 나무의 또 다른 인격이 레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는지 배시시 웃었다. 상황을 무마하려는 웃음인 게 빤히 보였기에 레이는 한번 한숨을 쉰 후 안즈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나무의 현신인 자신이 곁에 있는데 왜 굳이 나무에게 가야 하냐며 투덜대봤지만, 안즈는 레이와 지내게 된 뒤에도 꾸준히 나무를 찾아갔다. 레이는 내심 그것이 불만이었지만 몇 년 동안의 일과를 어떻게 한번에 고치냐는 안즈의 일갈에 꾹 참고 지내왔던 것이다.
"질투까지 나려고 하는데."
"실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안즈의 곁에서 나무를 올려다보던 레이의 대사에 안즈의 손바닥이 가볍게 레이의 어깨를 때렸다. 질투할 데가 없어서 본인이나 마찬가지인 나무한테 질투를 하는가. 애초에 레이와 안즈는 현재 어떤 관계도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레이를 안즈 집안의 데릴사위 비슷한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야 겉보기에나 그런 것이고.
"왜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할까. 이 몸은 항상 진심만 말한다네?"
"......"
레이는 가끔가다 이렇게 다분히 오해할 만한 발언을 하곤 했지만 안즈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즈를 도와주는 것도, '소중해서'라고는 하지만 도대체가 개연성이 없지 않은가. 이런 대단한 존재가 별 볼일 없는 고아 소녀에게 한 눈에 반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저 허울 좋게 말할 뿐 동정의 의미가 더 클 것이라고, 안즈는 레이가 함께 살기로 한 그 날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노력했다.
"꽃은 지는 것도 예쁘네요. 나는 울면 못생겨지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도 그랬고."
힘없는 안즈의 목소리에 레이가 안즈의 옆모습에 시선을 맞췄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슬프게 하는 건가. 단순히 꽃이 져서 슬퍼한다기엔 너무 많은 감정이 함축된 모습이었다. 지난번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선 나무 앞에선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던 안즈였기에, 레이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생소했다.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안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금 긴 공백을 남긴 안즈가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는 레이를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꽃이 져도 레이 씨는 계속 남아 있나요?"
팔랑팔랑 떨어지던 꽃잎이 안즈의 머리, 어깨 할 것 없이 얹혔다. 꽃이 지는 걸 바라보는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레이와 만나기 전, 그러니까 현신하기 전, 레이가 일방적으로 안즈의 일과를 듣고만 있던 그 때에도 안즈는 꽃이 지는 걸 구경했다. 피어날 때도 함께였고, 질 때도 함께였으며 열매가 열렸을 때도, 그 열매가 떨어지고 다시 꽃이 피어나는 순간도 안즈는 나무의 옆에 존재했다. 레이라고 그걸 모를 리는 없었기에 조용히 안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조금의 떨림이 느껴졌다.
왜 항상 혼자서 불안해할까.
"아가씨가 소중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제 그만 믿어주어도 될 터인데.
"레이 씨가 뭘 하고싶은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운 마음을 혼자 안고 있기엔 소녀는 상처가 많았다. 어쩌면 당신도 금방 떠나갈 존재일지 모르잖아. 그런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기에, 레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소녀에게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오히려 상처가 되었던 것일까.
레이는 안즈의 어깨를 감싼 손에 조금 힘을 주어 안즈의 몸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가씨, 들어보겠나? 누군가의 인생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야. 나는 많은 인간을 봐왔고 개중 몇몇의 인생에 관여한 적이 있기도 하네. 하지만 이 백년간은 그저 잠만 잤다네. 지루했지. 낙담했어. 이 몸이 관여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
"......"
"아가씨가 날 깨웠다네."
안즈가 숨을 들이켰다.
"안즈, '나'는......"
평소와는 다른, 생소한 말투로 레이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너를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이 다시 좋아진 거야."
안즈의 눈이 커졌다. 황급히 도리질을 하려는 안즈의 얼굴을 붙잡은 레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안즈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댔다.
"그런 소중한 아가씨를 내가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은가? 이 몸은, 이래봬도 과거엔 꽤 성격이 나빴다네. 뭐어, 지금도 좋다고는 말 못하겠군. 아가씨가 쫓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계속 눌러붙어 있었으니 말이야."
어느새 주위가 한층 더 어둑해져 있었다. 안즈는 호흡마저 섞이는 거리에서 레이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며 눈동자를 굴렸지만 레이는 안즈를 놔 줄 생각이 없는 듯 웃음소리를 흘리기까지 했다.
"너는 이 영물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꽃보다도 아름다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가씨라네."
"......"
안즈가 흠칫 어깨를 떠는 게 느껴졌다. 레이가 조용히 안즈를 놓아주고 두 발짝 뒤로 물러나자 안즈가 참아온 호흡이 터졌다. 곧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는 안즈를 보며 레이의 눈매가 접혔다.
"제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요? 레이 씨한테...... 레이 씨가, 저한테 온전히 사랑을 쏟아줄 만한 사람이에요? 별볼일 없는 그냥 인간 고아 소녀일 뿐인데?"
쏟아지는 꽃비 속에서 안즈는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거렸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레이의 심장이 간질간질해졌다. 조금, 취향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물기 어린 소녀의 눈동자를 떠올리니 간질거림이 심해져 레이는 조금 숨을 골랐다.
"그러니까 여기 있다고 말하고 있건만."
"사라지지 않아요? 이 꽃이 지면 사라지거나, 그런......"
"꽃이 져도 이 몸은 남아있네. 나무가 살아있는 한 말이야."
그리고 이 나무는 내가 있는 한 죽지 않는다네. 그렇게 덧붙인 레이의 말에 안즈가 빼꼼 눈을 내밀자 레이는 훌쩍 나무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레이의 복장은 평범한 마을 주민의 복장에서 안즈와 처음 만났던 그 밤의 복장으로 돌아가 있었다.
"제가 레이 씨를 무리하게 잡고 있는 거 아니죠......"
"아가씨가 밀어내지만 않으면 된다네."
처음 만났던 그 때처럼 나무에 앉아 안즈를 내려다보는 레이의 뒤에는 어느새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 정말 그 날 밤처럼.
"그래서... 받아줄텐가, 아가씨?"
"......."
매화는 달과 어울린다고 하던가. 정말 그 말처럼 레이는 달빛을 받을수록 아름다워 보였다. 그 날도, 지금도, 그리고 그 동안도.
남매가 자는 사이 밖에 나가 달을 올려다보곤 하던 레이는, 그 모습을 몰래 훔쳐보던 안즈의 마음에 무엇을 남겼던 것일까.
온통 검은색인데도 달빛이 물들어 희게 보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안즈는 맑게 웃었다.
"내년도, 그 후에도 만날 수 있다면요."
안즈가 레이에게 팔을 뻗었다.
"내년도, 그 후에도 이 곳에서 만나고 있을 게야. 꽃이 피어나는 한."
짤랑, 장신구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레이의 손이 안즈에게 닿았다.
"알고 있나, 아가씨? 매화는, 찬 눈을 뚫고 피어난다 하여 충직함을 의미하지. 변함없는 사랑과도 연결된단다."
-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면, 나에게 온전히 사랑을 쏟아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일찍 떠나는 건 싫어.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서글프게 얘기했던 소녀의 소망을 들은 달빛 아래 매화는, 그 소망을 이루어주기로 했던가.
눈물이 매달린 눈으로 예쁘게 웃는 소녀에게 입맞춤을 떨어뜨려 줄까 고민하던 매화는,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달빛 비치는 밤은, 특별한 마법이 걸리는 날이었던가. 소녀는 달에게 소원을 빈다.
달빛 비치던, 사랑이 시작되던 밤.
이 밤의 사랑스러운 기적이 계속되게 해 주세요.
레이안즈, 오늘의 문장은:
분명 내년도 그 후에도 이 곳에서 만나고 있을거예요.
레이안즈 의 연성문장은'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져버렸다.'입니다.
(진단메이커 문장이에요>< 저거땜에 쓰기 시작한건데 사실.... 하...ㅎㅋㅎㅎㅋㅋ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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