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즈가 미간을 짚는 걸 본 마코토와 호쿠토가 흠칫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눈치 없는 스바루는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안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그것을 여전히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안즈. 이거…… 왜 안즈를 따라다니는 거야?”
스바루의 눈길 끝에는 이즈미의 식신, 그러니까 이즈미가 정찰꾼 같은 것으로 부리는 투명한 뱀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숨길 생각도 안 한다 이거지, 안즈는 입을 꾹 다물고 뱀의 시선을 피했다.
“처음엔 웃키를 보는 건가 했는데 왜 안즈만 따라다니는 거람, 이 식신? 뱀 씨, 웃키에서 안즈로 타겟을 옮긴 거야?”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말아줘…….”
마코토가 진저리를 치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듣기로, 마코토는 저 뱀에게 꽤 오랫동안 시달려 왔던 모양이어서 스바루와 호쿠토, 심지어 마오까지도 존재를 알고 있다고 했다. 범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맞지만 마오는 요괴들과 관련이 많아서인지, 집안이 그래서인지 엄청 잘 보이는 편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식신을 부리는 쪽에서 전혀 숨길 의지가 없어서 더 눈에 잘 띄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아주 대놓고 스토킹 하겠다는 거 아냐, 이거…….’
정황은 이랬다. 그날, 그 고백-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고백이었던-을 듣고 집에 돌아와 잠을 설쳐버린 안즈는 또 숲에 가지 않았다.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고, 이즈미의 얼굴을 보기가 어색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삼 일째 되는 날 그 며칠 안 갔다고 집에 이 뱀이 들어와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학교까지 졸졸 쫓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스바루들에게 안 들킬 리가 없었다.
“안즈, 괴롭힘 당하고 있는 건가?”
호쿠토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여기서 괴롭힘 당하는 게 맞다고 얘기하면 물리쳐 주는 걸까 했지만 진정하고 고개를 저었다.
“조금 해결 안 된 문제가 있어서…… 그것 때문일 거야. 괜찮아.”
“괴롭힘 맞는 것 같은데…….”
불안하게 중얼거리는 마코토에게 안즈는 안심하라며 웃어줬다.
* * *
“날 피했겠다?”
팔짱을 낀 이즈미가 안즈를 맞이했다. 아주 아니꼬운 눈빛으로 안즈를 노려보는 모습에 안즈는 한숨을 푹 내쉬고 이즈미를 지나쳐 의자 대용의 나무둥치에 주저앉았다. 그런 안즈를 지켜본 이즈미가 오른쪽 팔을 뻗자 투명한 뱀이 이즈미의 팔을 타고 오르더니 곧 사라졌다.
“그래서, 대답은?”
“그거 며칠 안온다고 스토킹을 해요? 범죄예요, 범죄.”
나와야 하는 대답 대신 또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즈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찡그려졌다.
“난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의 법에 얽매일 필요 없지.”
뻔뻔한 소리와 함께 탁, 고의적인 발소리를 내며 이즈미가 안즈의 앞에 섰다.
“그래서?”
안즈는 이즈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즈미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안즈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물론 이즈미가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알지만 안즈는 순순히 그 대답을 해 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몇 살 먹었어요?”
“뭐, 도둑놈 심보라고 하려고?”
툭 내뱉어진 질문에 이즈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 정도 놀림쯤이야, 요 며칠 지겹도록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추긴 게 누군데 정작 일을 벌리자 그 부추긴 것들은 이즈미를 도둑놈이라며 빙글빙글 놀려대다가 죄다 쫓겨난 참이었다. 맹세코 코찔찔이들을 좋아하는 취향 같은 건 없었다. 어쩌다보니 흔히들 말하는 키워서 잡아먹는다의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별로 생각은 안 해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너무 양심 없지 않으세요? 전 고등학생인데. 물론 인간이라 제대로 된 열여덟이에요. 세나 씨처럼 겉모습만 청소년이 아니고요.”
“늙은이 모습을 못 하는 건 아닌데, 이 편이 낫지 않겠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거 고친 거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이 얼굴이야.”
“누가 얼굴 얘기 하나요……. 그래서, 몇 살이신데요?”
“굳이 들어야겠다면 미안하지만 기억 안 나. 다음.”
“와…… 완전 양심없네…….”
“다.음.”
이즈미의 잇새로 꼭꼭 씹은 음이 흘러나왔다. 정 그렇다니 찝찝함을 넘기고 화제를 전환해 주기로 한 안즈는 다음 말을 이었다.
“제가 왜 좋으신데요?”
“…….”
이즈미가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슬슬 시선이 안즈를 피해가자 안즈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왜 좋으세요, 제가.
“……글쎄다?”
“네에에?”
좀 고민하더니 던져진 말이 글쎄다, 란다. 어이가 없어 말문을 잃은 안즈의 입이 꾹 다물렸다. 이런 경우엔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나온 말이었다면 의미가 달랐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로맨틱보다는 차라리 유도심문 쪽에 가까웠다.
안즈가 조용해지자 이즈미의 시선이 잠시 안즈를 향하더니 다시 흘낏 비켜갔다. 안즈도 딱히 할 말이 사라진 나머지 이즈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발밑을 툭툭 차기 시작하는데 이즈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금…… 동질감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안 어울린다는 건 알지만 외로운 녀석한테 약해서.”
안즈의 발이 멈췄다.
“무슨 꼬맹이가 그렇게 집에 가길 싫어하는지 말이야, 아주 귀찮아 죽겠는데 쫓아내면 또 너무 인정머리 없어 보이더란 말이지. 아, 내가 성격 좋은 놈이란 건 아니다. 그건 안다고. 아무튼, 그렇다고 내가 사람 좋게 놀아주지도 못할 노릇이고, 쫓아내지만 않고 그냥 내버려 뒀는데 어느 날부턴 집에 잘 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