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mm
제목에 숫자를 달아놓지 않아서 차례대로 읽기가 좀 번거롭길래(심지어 섞였음) 다음 글에 차례대로 정리해 둘게요!
끝에 후기도 있으니 심심하시면 읽어주세요~~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말똥말똥한 눈이 도저히 감길 생각을 하지 않아 안즈는 잠을 포기하고 침대에 누운 채 가만히 생각했다. 이즈미와 알고 지내는 여름 내내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얼굴을 붉히는 세나 이즈미라니, 그동안 안즈가 알고 지냈던 이즈미와 괴리감이 너무 크지 않은가.
‘어느 순간부턴 유우 군보다 네 보고를 더 받고 있었어…… 라.’
그렇다면 이즈미가 그때쯤부터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니, 못 느끼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싸늘하고 재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좋아하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라고는……
‘그럼 왜 밀어준 거야? 고백하라느니, 놓치지 말라느니.’
짝사랑을 얘기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긴 했지만, 그건 원래 성격이 나쁘기도 하거니와 쓸데없는 얘기를 억지로 들어야 하는 처지가 짜증나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어릴 때부터 봐온 꼬마가 뭐하는지 모를 녀석한테 반해 있으니 관리하려는 심산이었던 걸까?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꼼꼼히 살펴보는 오빠의 입장, 뭐 그런 것.
‘자기 입으로 행운이라고 해놓고선 무슨.’
쓴웃음이 지어졌다. 결국 뭐가 하고 싶었던 거야. 안즈가 아는 이즈미는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고백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볼 위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그런데 부추길 거 다 부추기고 실패하니까 와서 하는 얘기가 자기를 좋아한단다.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 살 거 다 산 요괴가 무슨 재미를 보겠다고 그런 거짓말을 칠까.
“하아…….”
답을 구하지 못한 깊은 한숨소리가 방을 울렸다. 핸드폰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두 시였다. 지금 자지 못하면 분명 수업에 지장이 생긴다. 자야 해…… 안즈는 또 푹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척였다.
‘그러고 보니 요괴도 밤에는 자나?’
문득 꼬리를 물며 든 생각에 이즈미가 자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지만 상상이 잘 안 됐다. 요괴…… 그래,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요괴였다. 인간과는 능력도, 체력도, 수명도 다른.
지금 자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그 숲에서 일절 나가질 않는데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줄줄이 의문점을 늘어놓아 보았지만 대답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당연하지. 나는 인간인걸.
‘대체 뭘 믿고 그러는 거야.’
안즈는 이즈미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없었다. 우울할 정도로.
* * *
이즈미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영 잠이 오지 않는 탓이었다. 안즈에게는 간단 요약 수준으로 얘기해 주었지만 사실 과거사는 얘기하자면 끝도 없이 길었다. 살아온 시간이 월등히 길었으니 당연했다.
‘조금 양심이 없긴 하지.’
호를 그리는 입술을 그대로 놔둔 채 다리를 꼬고 올라타 있는 나무에 편하게 기댔다. 나이라, 확실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분명 안즈는 이즈미보다 빨리 죽는다. 더 클 것이고, 늙어갈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어른이 되겠지. 점점 더 넓은 세상을 볼 것이다. 잠시 사라진 시간 동안 그랬듯이.
‘막을 생각은 없어. 다만, 보통 인간으로 크게는 안 놔두지.’
운명의 장난에 말려든 이상 순순히 놔줄 생각 같은 건 없다. 설령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물론 아무리 이즈미라도 요괴와 인간의 차이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안즈와의 사이에서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또 뭔지 모를 놈팽이에게 걸려들기 전에 잡아채 버려야 했다.
이런 성질 나쁜 요괴한테 걸려든 게 잘못이야. 자신을 탓하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서 눈을 감으려는데, 나무 밑에 모여든 뱀들이 시끄러운 기척을 냈다.
“……뭐야, 왕님?”
돌아간 줄 알았는데.
윤기 나는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폴짝, 이즈미가 누워있는 나무 위로 가볍게 뛰어올라왔다.
“아무래도 편하단 말이지, 이 마을은.”
레오가 가볍게 그루밍을 했다. 고양이의 모습인 걸 보니 또 어딘가 실컷 싸돌아다니다 온 게 분명했다. 흥, 콧소리를 내면서도 시선을 피하지는 않는 이즈미를 보며 레오는 웃었다.
“고향이라 그런가~?”
“나고 자란 데도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이즈미가 조금 허리를 숙여 레오의 머리를 제법 힘을 실어 꾹꾹 눌렀다.
“어어, 하지 마, 세나. 너~ 어지간히 쌓인 게 많구만? 뭐, 이해는 한다만. 전적으로 다 내 책임이지! 와하하.”
한바탕 웃은 레오는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즈미의 눈에 시선을 맞췄다.
“잊진 않아. 세나가 나 대신 지켜준 땅이니까.”
기사들을 내팽개치고 사라져 버린 왕을 대신해 오해를 뒤집어쓰고, 싫어하는 인간들과 교섭을 하고 인간들을 지켜주는 일까지 하며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왕의 흔적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
“그때 내가 패닉에 빠져서 못 쓸 놈이 되는 바람에 네가 대신 고생한 거 다 알고 있다. 인간한테 그렇게 당했으니 당연히 인간이 싫어졌겠지. 뭐, 너무 늦게 나타나서 널 케어해주지 못한 내 탓도 분명 있지만.”
어울리지 않게 진지해진 레오의 어조에 이즈미는 말없이 팔짱을 꼈다.
“이제 네 행복을 찾아, 세나. 네 개인적인 일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는 했지만…… 과거에 연연해서 여기 묶여 있을 필요 없어.”
하, 이즈미에게서 한숨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보 아냐?
이즈미의 웃음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레오도 곧 싱긋 웃었다.
“멍청아, 이미 찾았어.”
외로운 소녀를 보살폈던 그 순간부터, 이미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었던 거야.
* * *
“어?”
결국 잠을 설친 김에 일찌감치 등굣길에 나선 안즈의 눈에 낯선 인영이 보였다. 집 앞에서 어떤 남자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는데,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묘하게 어디서 본 것 같은 것이……
“헉!”
대문 소리를 들었는지 낯선 사람이 뒤를 돌아봤다. 얼굴을 확인한 안즈는 순간 짤막한 소리를 내뱉은 후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새롭지?”
여유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 건 이즈미였다. 얼굴은 분명 이즈미인데, 항상 걸치고 있던 기모노는 어디가고 인간들이 입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얼굴의 문신도 없어졌다. 쇄골의 비늘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아마 사라졌겠지. 안즈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이즈미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넋이 나갔구만. 인간 모습이라 요력도 그다지 안 셀 텐데.”
이즈미가 당황한 안즈의 앞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 뭐예요? 인간 모습도 할 줄 알아요? 아, 나루카미 아라시도 요괴였지…… 아니, 숲에서 왜 나왔어요? 인간 싫잖아요?”
당황이 묻어나는 속사포 질문에 이즈미의 고개가 살짝 까닥였다.
“좋아해 보기로 했어.”
“네?”
무슨 소리야.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안즈를 따라 이즈미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어제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냥 보냈는데,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내 억지에 조금 어울려 줘야겠다. 시간 널널한 거 아니까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고.”
아. 이 사람 지금…… 대답을 들으려는 거야. 안즈의 동공이 떨렸다.
“일단 얘기를 들어. 한번밖에 안 말한다.”
이즈미의 입매가 굳어졌다. 안즈의 눈동자를 여전히 똑바로 직시한 채였다.
“첫째, 내 나이. 알다시피 나는 요괴고 너는 인간이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거 나도 알고, 뭐, 너한테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도 생각 안 해. 당연히 인간이랑 연애하고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싶겠지. 안 그래?”
그걸 아시는 분이. 안즈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삼켰다. 그런 안즈를 본 이즈미가 다 안다는 듯 눈가를 찡그렸다.
“근데 말이지, 어쩌나…… 나는 하도 잃어본 게 많은 요괴라, 관심 있는 것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신조가 생겨버려서. 널 포기할 생각이 안 들어.”
“…….”
“둘째.”
안즈는 목이 마르는 느낌에 침을 삼켰다. 정말…… 진심이었어. 이즈미의 눈동자는 거짓말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두 번째 열변이 쏟아졌다.
“너 내 감정을 의심했지. 어젠 나도 민망해지는 바람에 그냥 보냈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결계 열어주는 애는 너 뿐이야. 알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만 내 결계 뚫었어. 물론 마음 생긴 건 최근이니까 오해하지 마. 변태 아니니까. 질문 있어?”
안즈가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 이즈미는 거리를 벌릴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거만하게 내뱉었다.
“그, 그치만 전 안 믿긴단 말이에요. 그럼 왜 저한테 고백하라고 하고, 그랬어요? 그때부터 절 좋아했다면 말이 안 되잖아요. 어느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딴 남자한테 고백하라고 부추겨요?”
날카로운 안즈의 질문에 이즈미는 허리를 펴고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마냥 엄해진 눈동자에 안즈는 괜히 찔끔 했지만 눈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부정했지.”
“예?”
멍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이즈미의 미간이 좁혀졌다.
“내가 미쳤다고 널 좋아하겠냐 싶었지! 너한테 다른 자식이 생기면 좀 시원하지 않겠냐 싶었단 말이야. 그 와중에도 짜증은 났지만!”
“…….”
“멍청했지, 진짜.”
덧붙이는 이즈미의 얼굴에 약간 홍조가 도는 것이 안즈의 눈에 보였다. 정말 이상한데서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더 부끄러운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면서 어제도 그렇고 자기 속내 고백을 할 땐 이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안즈는 풋 웃고 말았다.
“웃어?”
웃기냐? 이즈미의 째리는 눈길이 안즈에게 날아들었다. 안즈는 미소를 유지하며 이즈미의 미간을 직접 손으로 펴 주었다.
“그렇게 맨날 찡그리지 마세요. 주름 생겨요.”
“난 요괴야.”
빈정 상한 것이 분명한 목소리였다. 안즈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로 손을 뗐다.
“더 물어볼까요?”
“물어봐도 돼요도 아니고 물어볼까요? 뭔데?”
싫어하실까 봐요. 안즈는 숨을 들이쉬었다.
“요괴도 잠 자요? 숲에서 뭐 먹고 살아요?”
“하아?”
뜬금없이 튀어나온 질문에 이즈미는 의문문을 내뱉었다. 갑자기 웬 생활 탐구? 또 분위기 깬다고 한소리 하려는 찰나 안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도 생각을 해 봤는데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일한다고 했던 거, 그건 뭐예요? 뭘 알아야 생각하든지 말든지 하죠.”
조금 우울해지기까지 했어요. 뒷말은 삼켰다.
“하루아침에 바뀐 태도를 어떻게 믿어요. 그것도 완전 원수같이 지냈던 사람, 아니, 요괴인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곤 안즈는 빙글빙글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지만 이즈미에겐 충분히 거슬리는 발언이었다. 이즈미는 쯧 혀를 차며 과거의 자신을 조금 패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간.
“대답해주면 돼? 잠은 물론 자지만 딱히 안 자도 지장 없어. 밤 내내 시간 보내기도 따분하니까 말이야. 먹을 거, 먹긴 하지만 안 먹어도 돼. 인간이랑은 다르니까. 일하는 거……”
이즈미가 잠시 말을 끊었다. 말하기 민망한 것 같았다.
“……는 그거. 땅 정화. 그리고 겸사겸사 너네 마을 치안 관리.”
다 말하자마자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안즈의 눈이 의외라는 듯 조금 커졌다가 돌아왔다. 과연, 마을 어른들이 말했던 마을을 지켜주는 성역이라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 배후에 있었던 게 바로 이 성격 나쁜 뱀 요괴였다니. 인간이 싫으니 어쩌니 해도 주어진 역할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거다.
……조금 감동받아 버렸을지도.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줄래? 나도 좋아서 한 거 아니니까?”
“그래도 적어도 이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렸을 때부터 해온 거잖아요. 아, 조금 감동받았어. 세나 씨 정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착하잖아요?”
별로 칭찬으로 안 들리는데. 툴툴대는 이즈미의 소리를 들으며 이번에는 안즈가 이즈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흠칫 당황한 이즈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좋아요.”
“뭐?”
이즈미는 당황함을 숨길 새도 없이 즉답하고 말았다. 안즈의 눈이 장난치기 직전의 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좋다구요. 한번 넘어가 드릴게요.”
“어?”
또 멍청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즈미는 주머니에 꽂혀 있던 손을 뺐다. 인간의 모습을 했더니 청력까지 나빠졌나 싶었는데 안즈의 웃는 얼굴을 보니 그건 아닌 듯 했다.
“첫 남자친구가 인간도 아니고 요괴인데 나이까지 무지막지하게 많다니 정말 무슨 팔자인가 싶지만 이게 운명이면 어쩔 수 없죠 뭐.”
“……묘하게 체념하는 말투인데.”
“그래요? 아닌데.”
무안해진 이즈미는 항상 달려있던 귀걸이가 사라져 허전한 귀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슬슬 사람들이 지나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역시 조금 차분하게 얘기하는 게 나았을까 생각하는데 안즈가 이즈미의 양 손을 꼭 쥐었다. 이건 또 무슨? 당황한 시선을 손으로 내리자 안즈가 조금 힘을 줬다.
“대신 약속 하나만.”
“약속?”
“그래요.”
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질릴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새 사랑을 찾지 않겠어요?”
이즈미의 따가운 시선이 광속으로 안즈에게 향했다.
“감히 누굴? 말 안했나? 절대 안 놓친다고?”
“‘질릴 것 같으면’ 이라고 했잖아요. 요괴랑 인간의 차가 그렇게 쉽게 메워질 거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친구로 지내는 거랑 연인으로 지내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그리고 우린 친구 단계도 생략했다고요.”
지나다니는 사람이 점점 더 늘었다. 안즈에게 슬슬 시간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질질 끌지 말고 단번에 결론내자고 생각한 이즈미는 안즈가 잡은 손을 자신이 다시 고쳐 잡았다. 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실어 얘기했다.
“말해두지만, 난 이 세월 살아오면서 좋아한 여자 없었어.”
“…….”
안즈의 숨이 멈췄다.
“첫눈에 반한 게 아니라고 해도 네가 내 눈에 들었다는 사실은 변함없고. 요괴, 인간? 물론 나도 동의해. 차이, 있겠지. 없겠어?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게 가식이지. 그러니까 그걸 맞춰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 안 그러면 네 친구 같은 반요는 어떻게 태어나겠어?”
“애 낳자는 거예요, 지금?”
딱, 이즈미가 안즈의 이마를 튕겼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자꾸 논점 흐릴래? 전부터 생각했지만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무튼 그 약속은 됐어. 실현될 일 없으니까. 자, 됐어?”
안즈는 입술을 삐죽대며 이즈미가 딱밤을 때리느라 풀려난 한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한쪽 손은 여전히 잡혀 있는 채였다.
“……호호할머니가 돼도?”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즈미는 픽 웃었다. 아무튼 귀여운 구석이 있다. 호호할머니라니.
“내가 나이에 연연할 것 같아? 같이 늙어가 줄게.”
아, 그러고 보니 늙은 모습을 못 하는 건 아니라고 했었다.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늙어가 줄게, 웃음기 있는 목소리가 안즈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안즈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막무가내인 요괴다.
“그럼, 일단.”
이즈미가 손에 힘을 한번 꾹 주더니 잡고 있던 안즈의 손을 풀어주었다.
“학교 가자? 늦겠네. 이미 늦었나?”
안즈는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지체되긴 했다. 여유 있게 나왔으니 늦지는 않았겠지만…… 주위를 살피던 눈동자가 다시 이즈미에게 고정되었다.
“오늘은 반갑게 맞아 주시나요?”
얼른 가라며 발길을 돌리던 이즈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숲에 오지 마.”
무슨 소린가 싶어 표정이 어두워지려던 안즈의 머리 위로 이즈미의 손이 얹혔다. 슥슥 문지르는 손길과 쏟아지는 대답에 안즈는 소리 내서 웃고 말았다.
“이제 내가 갈 테니까.”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곤 하던 귀걸이 소리와 기모노 자락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더 맑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실 요괴는 외로웠던 걸지도 몰라요.
이것은 홀연히 나타난 소녀가, 외로웠던 요괴를 이끌어 낸 이야기.
정말 급하게 마무리한 티 팍팍 나네요 민망하기 짝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러지 않으면 정말 90p가 될 것 같았습니다 죄송해요(...) 할 말이 없네...
밑은 후기입니다!
빼먹었는데 2편은 치사님이 아예 써줬어요 그리고 외전도 두개나 써줌.
정말 열정적인 독촉이 아닐 수 없다.
* 모든 요괴들은 각 근원 동물들을 사자, 소식통으로 부릴 수 있다. 소환도 가능
* 요괴들은 자기들끼리 숲 깊은 곳이나 산속에서 결계 치고 살아서 인간에게 보이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는 거의 없는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엄연히 존재함.
* 외양조절 가능. 츠카사는 어리고 아직 요력이 약해서 그게 본래 나이 모습
* 요괴와 인간 혼혈은 나올 수 있음. 랜덤이지만 요괴 피가 많이 섞이고 부각될수록 요력이 세고 장수함(외양은 인간) <스바루의 경우
* 나이츠에 대해서 : 요괴들끼리 치고박고 싸울 시절 기사단 느낌으로 결성된 요괴 집단. 원래 구성원은 레오, 이즈미, 리츠, 아라시, 츠카사의 아버지. 츠카사는 현대 시대에서나 합류했으므로 나머지 넷은 츠카사에게 아주아주 대선배.
* 리츠는 공식대로 도깨비(오니), 피 좋아함. 얘도 오래살았음
아라시도 여우요괴인데 인간 좋아해서 인간계에서 지냄. 여우요괴중에서도 요력이 특히 강한 백여우(흰색여우)이고 꼬리도 많다. 아홉개는 안되지만.
레오는 고양이요괴. 이즈미만큼 꽤 오래 살아서 영물 수준. 마찬가지로 인간계에서 주로 지냄. 고양이라서 신출귀몰의 귀재. 작정하고 숨으면 찾기 힘들다
츠카사는 토끼요괴. 개체 수가 많은만큼 오래전부터 인간인 척 섞여 살고 있던 가문이라 꽤 이름있는 부잣집 자제이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들과 섞여 사니 당연히 인간도 좋아함.
* 오해에 대해서 : 나이츠가 인간들과 교섭하는 일도 했는데(주로 수장인 레오가 교섭) 인간들이 배신을 때리고 기습하는 바람에 레오는 충격에 빠지고 행방불명되어버림. 수장이 없으니 당연히 집단은 와해되고 그걸 틈타 요괴들도 들고 일어나서 영역 싸움 같은 느낌으로 니편 내편 구분 없이 싸워댔는데 거기서 마코토의 아버지가 사망, 재수없게 이즈미가 그 사망을 지켜보게 되어서 마코토는 이즈미가 자기 아버지가 죽는 걸 막지 않았다고 오해를 하고 어머니와 인간계로 뜸. 둘은 부모님끼리도 아는 가족같은 관계였습니다. 근데 사실 정말 이정도 틀만 잡아놓고 더 자세하게는 생각을 안 했어요... 어차피 풀 여유가 없었기 때문...(애초에 이즈안즈이고...ㅋㅋㅋ)
* 아무튼 인간의 배신을 계기로 이즈미는 인간들을 싫어하게 됐다. 숲에 쳐박혀서 정말 필요한 상황 이외엔 나가지 않게 됨.
* 숲 : 원래 레오가 관리하던 구역. 근데 레오가 행방불명되고서는 이즈미가 쭉 지켜왔음. 인간들과 교섭해서 숲을 없애지 않는 대신 마을을 지켜주는 일종의 수호신 역할을 해주기로 함. 땅 정화 덕분에 숲은 항상 파릇파릇. 숲 깊은 곳에서 이즈미가 지키고 있기 때문에 흉흉한 사건도 없음.
* 이즈미는 물 능력도 있다. 정화도 이 힘을 기반으로 함.
* 트릭스타 : 구미호 혼혈 스바루 인간 마오 텐구 호쿠토(까마귀) 여우요괴 마코토. 마오는 인간인데 신사가 집이라서 영물 같은 것에 민감하다. 리츠가 신사에 눌러붙어 앉아있는 것에 골치아파함.
마코토한테 추가로 붙인 설정은 힘으로 쓸 수 있는 요력은 낮은 편인데 유혹 쪽의 요력은 강해서 눈 가리려고 안경 쓴다는 것
* 안즈의 재혼가정 설정은 앙걸 전학생과 안즈가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냥 제 맘대로 살을 붙인 것입니다...
* 이즈미가 동료들(나이츠)과 재회한 시점은 어린 안즈가 숲을 들락날락할 때. 그래서 리츠는 어린 안즈를 봤었다.
다 썼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궁금한 거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책에 들어가는 후기는 당연히 다릅니다 저걸 넣을 순 없으니(ㅋㅋㅋ)
저건 웹용(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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