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실 이 요괴AU 시리즈는 바로 이 장면 하나를 위해 탄생되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저 이 장면 하나 쓰고싶어서 이거 쓰기 시작함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월에 생각했는데 해가 바뀐 1월에 쓰네 미친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써놓고보니까 안 설레네요 진짜 옘병이네..........,,, 내가 써서 하나도 안설레,,,,,
역시 내가... 쓰면... 안 됐다....................(절망)
“뱀 왜 보냈어요?”
이즈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기도 했거니와, 일단 이 녀석의 말을 좀 듣고 말을 고르고 싶었다. 내가 알고보니 널 좋아하더라, 그래서 얼굴 좀 비추라고 부른 거다, 라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요, 알았어요. 제 근황이 궁금했던 거죠? 그렇게 귀찮아하고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즈는 심호흡을 한 후 큼, 큼 목을 가다듬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하나.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자니 이즈미가 불쑥 어딘가를 가리켰다.
“앉아.”
안즈가 종종 의자로 사용하곤 하던 긴 나무둥치였다. 전에 없던 배려에 조금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더니, 이즈미가 먼저 발걸음을 나무둥치 쪽으로 옮겼다. 저기에 걸터앉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안즈가 놀란 눈을 거두지 못하자 이즈미의 미간이 조금 구겨졌다. 아차, 짜증나게 해 버렸다. 안즈는 얼른 이즈미의 옆에 걸터앉았다.
“이거 왜 안 치우나 했는데 의자가 맞았나 봐요?”
“……나 말고 쓰던 녀석이 있었거든.”
“그렇구나. 사실 어릴 때 이런 나무둥치에 자주 앉아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때 그 나무랑 되게 똑같이 생겨서 좀 친근했거든요.”
‘그거니까.’
인간의 기억력은 원래 이런가. 이즈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을 조용히 삼켰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조그맣고 앞뒤 모르는 꼬맹이였으니 뭐, 기억이 애매해도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커서 나타나 여기 다시 앉아 노닥거릴 줄은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할 말.”
“……아, 네.”
안즈가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하는 동안 이즈미는 양반다리를 하고 턱을 괸 자세로 조용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짧은 침묵이 끝나고 바르작대는 소리와 함께 안즈의 입이 열릴 기미가 보이자 이즈미가 눈동자만 굴려 안즈를 바라봤다.
“세나 씨가 계속 그랬잖아요. 놓치면 후회한다고.”
“그랬지.”
“어필하라고도 했고요.”
“그렇네.”
거기까지 말한 안즈는 조용히 손장난을 계속했다. 어지간히 말하기 어려운지 입술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몇 번 반복하는 모습을 보니 이즈미의 최악의 결론이 적중한 모양이었다. 이제 됐다며 끊을까 했지만 그것도 너무 제멋대로인 기분이 들어 손에 힘만 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반드시 성공해서 세나 씨한테 한방 먹여줄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서늘한 바람이 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그래도 밤이라고 낮보다 제법 서늘해진 바람이었다. 안즈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고백…… 을 했거든요, 일주일…전에.”
과연.
턱을 안 괸 쪽의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뭐, 거의…… 충동적이긴 했는데.”
안즈의 입술이 떨렸다. 어라? 안즈는 눈에 힘을 줬다. 차인 직후에도, 차였다며 친구들에게 멋쩍게 자백하던 순간에도 멀쩡했던 눈물샘이 이제야 제 기능을 하는지 조금씩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안 돼, 왜 여기서 울어? 이상하잖아! 안즈는 황급히 손을 올려 눈가를 수습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아, 잠깐, 뭐지, 진짜……”
어수선해진 안즈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즈미가 안즈에게 향했던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울기까지 할 일이야? 속이 꼬였지만 꾹 눌렀다.
“안 속상할 리가…… 없잖아요. 내가 그 자리에서 우는 게 더 이상한 상황 됐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막, 세나 씨 앞에서 왜 이래, 정말…… 친구들 앞에서도 안 울었, 는데…….”
울음이 섞이자 말이 마디마디 끊어지기 시작해 안즈는 아예 얼굴을 손 안에 파묻어 버렸다. 하필 자기가 어떻게 되든 가장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 창피했다. 이즈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싫었다.
“차였구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맞아요, 차였어요. 그래서…… 볼 낯이 없었, 다구요. 그렇게 비꼬았지만 그래도 나는, 성공했다고, 그렇게, 말…… 하고 싶었는데,”
안즈는 이제 아예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 참아질 울음이면 다 쏟아놓고 털어내버리고 돌아가리라. 그렇게 결심하고 이제 쏟아지는 눈물을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좋아했어요. 모두에게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했지만, 그게 좋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한테만 상냥했으면 좋겠단 생각, 안한 건 아니었다고요. 근데,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는 건, 몰랐어……”
정말 속상하게 내뱉는 안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즈미는 돌덩이가 얹히는 기분이 되어갔다.
왜 그렇게 속상하게 우는 거야?
감정을 자각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인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순간 같이 속상해지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지만 더 이상 우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그 남자애가 아마 눈앞에 있었다면 한 대 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정말로.
“……듣기 싫죠?”
훌쩍거리며 안즈가 살짝 이즈미를 곁눈질했다. 이미 다 말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이즈미는 맥없는 웃음을 짓는 대신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별로.”
“…….”
뭐, 예전이면 짜증났겠지만.
“네가 아깝다고 생각해.”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
안즈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반대로 두고 있는 탓에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예상은 갔다. 뭐, 아무래도 읽기 쉬운 아이니까.
“그런 어린애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남자를 찾으면 될 텐데.”
놀라 눈이 커진 안즈의 눈앞으로 이즈미가 여전히 턱을 괸 채 얼굴을 마주한 후 슬쩍 입 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