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아, 물론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 얼굴이긴 했다. 이 잘난 과외 선생님은, 대체 왜 과외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외모였으니까. 아마 그런 점도 작용해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탄 게 아닐까? 하지만 소문에 비해 일은 딱히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 이유도 알 것 같지. 아마 남자 학생이 더 많지 않을까. 아무튼, 납득은 가지만 말이다. 납득은 가지만.
"공부 질문이에요."
"그래? 말해봐."
저렇게 잘난 듯이 굴면-잘났지만!- 괜히 삐뚠 시선으로 보게 되지 않겠는가. 안즈는 입술을 삐죽였다. 정말 공부 관련된 질문이었는데……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어른인 척 하세요?"
학생의 예상하지 못한 당돌한 질문에 선생님, 레이의 눈이 잠깐 커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피식 웃었다.
"어른이니까 그렇지?"
"두 살밖에 차이 안 나잖아요. 사실 선생님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나이차인데."
아무렇지 않은 톤으로 여유롭게 돌아온 대답은 썩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기에 안즈는 다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안즈를 본 레이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공부 질문. 공부해야 이번에야말로 대학을 가서 이렇게 멋있는 남자친구도 사귈 수 있지 않겠어?"
"……."
아마 대학에 잘 가게 돼도 선생님같은 남자는 없을 걸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안즈가 다시 문제집에 고개를 박았다. 그래, 저런 남자한테 흑심을 품는 과외생이 자신 뿐만은 아닐 테지. 레이는 짧다면 짧은 과외 경력 중에서도 여자 과외생이 본인을 짝사랑하는 것에 대처하는 능력에는 도가 튼 것 같았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도 그 점일 테고.
'나도 연애 같은 거엔 관심 없었는데.'
첫사랑이 과외 선생님인 건 조금…… 비참한 것도 같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가랑비에 옷 젖듯 좋아져 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잘생겼고, 친절하고, 호쾌하고, 가끔 재밌는 말도 던지고, 공부도 잘…… 사실 가르쳐 주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지 썩 알아듣기 쉬운 설명 방식은 아니었다. 왜 모르냐는 말을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본인이 너무 잘 해서 그런가. 아무튼 그런 사람과 정기적으로 몇시간 이상 같은 방에 있다 보면, 이걸 어떡해. 어떤 돌심장이라도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아닌 거겠지만 안즈 자신은 그런 심장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