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아가씨는 정말 손재주가 좋구먼."
그날따라 안즈는 경음부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교실 혹은 다른 부실이나 교과실은 각자 여러가지 이유로 조용히 작업을 할 수가 없어서, 마침 활동일이 아니기에 조용했던 경음부실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여기 있어도 되겠냐 양해를 구하는 안즈의 손에는 뭔지 모를 실 같은 것들이 들려 있기도 했고.
잔잔한 레이의 목소리에 조용히 손을 꼬물대던 안즈가 고개를 들었다.
"좋은 선생님께 배워서 그럴 거예요. 감사합니다."
살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한 안즈는 곧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뭔지 몰라도 하던 것이 마무리된 듯 했다.
"됐다!"
안즈가 뭔가 집어들곤 뿌듯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가 슬쩍 옆으로 다가왔다.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드는 중이었는지 궁금한 참이기도 했다.
"그게 뭔고?"
"양모펠트예요. 요즘 재미가 붙어서…… 집에 데코도 해놓을 겸 여유시간에 종종 만들고 있거든요. 보실래요?"
"호오."
안즈가 내민 손 안에는 고양이 모양의 자그만 인형이 두 개 있었다. 흑백 세트구먼. 어쩐지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머쓱하게 웃은 안즈가 손을 거뒀다.
"키류 군은 이런 것도 가르쳐 주는고?"
"으음…… 키류 선배는 기본적으론 재봉을 가르쳐 주시는 것 뿐이고…… 아무래도 옷 만드는 것보단 쉬우니까요."
실용적인 기술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이지. 레이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드는 도중엔 뭔지 몰랐는데, 만들어 놓으니 귀엽군. 나른한 머리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안즈의 손 안에 얌전히 잡혀있는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으니, 곧 안즈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이렇게 창틀에 놓아두면 귀여워요."
"흐음?"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안즈에게서 시선을 비껴 창문을 바라보니, 작은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 귀여운 광경에 레이가 몇번 눈을 끔뻑이다, 크크,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어울리지 않게 귀엽구먼. 아가씨의 방에는 딱이겠어. 아니, 뭐, 딱히 아가씨의 방을 가본 건 아니지만 말일세?"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었다.
"으음…… 경음부실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분위기 환기용으로!"
"아니, 여긴 그렇게 귀여운 건 그닥……."
애초에 멍멍이가 질색을 할 것이고. 하지만 안즈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 듯 다시 의자에 앉더니 또다시 바늘을 집어들었다.
"몇개 더 만들어 볼게요. 다음엔 강아지가 좋으려나…… 늘어놓으면 귀여울 거예요! 칙칙한 분위기도 환기되고……!"
"아아……."
그러고 보니 이 이가씨,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썼었지. 레이가 말릴 새도 없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는 손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호기심이 생긴 레이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 이 몸도 배울 수 있겠는가?"
"네?"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안즈가 눈을 크게 뜬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맞게 들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에 레이가 침착하게 안즈의 손에 들려있는 재료들을 가리켰다.
"양모펠트. 이거 말일세. 아가씨가 재밌게 하니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졌어."
"아, 그럼 이 도안은 어떨까요? 귀엽고 쉬워요."
잠시 벙벙하게 있던 안즈는 레이가 진심이란 걸 파악하자 빠르게 재료를 늘어놓았다. 레이의 눈엔 생소하기만 한 것들이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선배는 요령을 빨리 익히시니까 금방 간단히 해내실지도."
"그건 해봐야 아는 것이지 않겠는고. 음, 어떻게 해야 하지?"
"아, 우선……"
레이는 좋아하는 주제에 답지않게 말이 많아진 안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해 주었다. 그래, 안 그래도 고민하던 것이 있었는데.
"고리를 달면 마스코트로도 쓸 수 있고요."
아주 딱 맞는 것을 찾은 것 같았다. 그 순간 선배의 입가에 남몰래 떠오른 미소는, 귀여운 후배의 눈에는 닿지 않았다.
🍬🍭
12시 넘어버렸네 해피화이트데이였습니다 레이쨩마스코트 최고ㅠㅠ♥★♥★(진짜말도안돼~~~~) 결국 다 잘하는 사쿠마센빠이는 공예의 재주는 없었다ㅠㅠ(하~~~~)
3월 15일
아니 근데 문단간격 조절하는거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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