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와 안즈가 이혼했습니다. 이혼가정 이야기가 다뤄지므로 해당 소재에 민감하신 분은 열람하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 2세의 시점에서 진행되며, 제 마음대로 지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마찬가지로 열람하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 레이는 한 마디 말하고 안즈는 안 나옵니다....(....)
⚠ 지극히 날조가 다분한 2차 망상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습니다.
(애초에 사쿠마네 집안부터가 현실이랑 거리가 머니까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해 부풀려 말하곤 한다. 그게 귀신 같은 보편적으로 볼 수 없는 존재인 것이든, 세상을 뒤흔든 사랑이든, 남의 가정사이든 간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관심사 중에는 전국에 이름과 얼굴이 팔린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도 분명히 존재했다. 멋대로 추측하고 추리해낸 불확실한 정보 뿐이면서.
"요즘 사쿠마 레이가 찍고 있는 드라마 말야, 여주인공이랑 진짜 잘 어울리지 않아?"
"아, 나도나도! 완전 설레 미치겠어~. 잠깐이어도 부인이었던 사람은 좋겠다. 나도 그런 남자랑 살아보고 싶다, 정말로!"
"얼굴만 봐도 배부를 듯?"
즉,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사람은 딱 질색이라는 것.
-
"엄마한테 잘해줘야 돼."
"나도 알아."
사쿠마 가문은, 보통의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엄마가 말해준 연애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은 순탄했던 것이 하나도 없었고, 아빠는 여지껏 그것을 죄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주위에서 말리는 결혼은 하는 게 아니라고, 결국 파경을 맞게 되었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없지만.
"아빠 바람나지 않게 잘 감시해."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은데?"
그 웃음섞인 실없는 대화를 마지막으로 나와 쌍둥이 동생은 어른의 사정으로 각자 아빠와 엄마의 집에서-나는 엄마, 동생은 아빠- 살게 되었다. 8살,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
뭐, 떨어져 살게 되었다고 해서 아예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 이혼가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족끼리 자주 만남을 갖기도 하고 동생과는 중학교도 같은 곳에 다니게 되어서 외롭다고 생각할 시간은 매우 적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사쿠마 레이는 진짜 왜 이혼당했는지 미스테리라니까."
"뭐, 남편감으론 별로였다던가?"
"부인이 문제였을 수도 있지 뭐~."
안타깝게도 우리 남매의 아버지는 어디 가도 인물로는 빠지지 않는, 너무나 유명한 현역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한창 연예인에 관심도가 높은 나잇대가 모여있는 학교 안에서 가정사에 대한 온갖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매일같이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하교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했다. 휙 돌아보니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고있는 남자아이 둘이 보였다. 명찰이 달린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려보니 같은 학년이었다.
"뭐랬더라? 성격 차이?"
"연예인들은 맨날 그 소리 하던데? 뭔가 사쿠마 레이가 인물값을 한 거 아냐?"
"들리는 소문으로는 부인 쪽이 집에 잘 안들어갔다고 하던데."
다 헛소리인 게 당연하지 않은가. 아빠와 엄마는 아직도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고, 아빠는 일편단심 엄마 뿐이며, 엄마 역시 일이 바빠도 잠은 꼭 집에 와서 잤었다. 이건 아빠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부모님이 서로에게 '사랑이 식었다'라는 설은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런 거 아니거든?"
평소에는 이렇지 않다. 정말이다. 어쩔 수 없었다. 부모님의 일만 되면 저도 모르게 날이 선 목소리가 나가버리는 것이다.
갑작스레 날아온 낯선 반응에 남자아이들이 멈추고 이쪽으로 의아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당사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그렇게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잖아.
"뭐야?"
"사쿠마 레이! 그런 사람 아니라고!"
"넌 뭔데?"
모르는 여자애가 갑자기 영문모를 성질을 부리니 당황스러운지 남자애들의 얼굴에 어이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상관 없다. 나의 목적은 틀린 정보를 정정해 주는 것 뿐이니까.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난 사쿠마 미츠키."
"누가 이름 물어봤냐……."
어라, 이름이면 대충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보 아냐? 이름이야 그렇다 치고 성이 같잖아, 성이…… 생각지 못한 반응에 황당해져 뭐라고 덧붙여줘야 할지 고민하는데, 잠시 말이 없던 다른 남자애가 뭔가 깨달은 듯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야! 얘 사쿠마 레이 딸이잖아!"
"어? ……아, 맞아, 우리 학교 다닌댔지? 대박. 까먹고 있었다."
"우와, 진짜 닮았다."
많이 들어. 딱히 대답은 하지 않고 뚱하게 쳐다보기만 하니 남자애 둘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앗차차…… 큰일 났다…….
"그럼 왜 이혼했는데?"
"완전 전국민 미스테리 아니야? 울 엄마아빠도 정확히 모르던데. 여태 궁금해해."
"그건……."
역시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긴 하지만 겪을 때마다 곤란하긴 했다. 또 이걸 생각하지 못하고 말을 뱉어버렸구나 하는 후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혈질은 아닌데,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성격인지라-특히 부모님의 일이 되면!-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나는 모두 대답해 줄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정확히는 해주면 혼난다. 아, 이럴 때는 꼭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야, 미츠키."
"앗."
익숙한 목소리가 어깨를 타고 넘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반가운 기색이 완연한 채로 고개를 돌리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동생이 보였다. 역시 타이밍이 좋다니까. 먼저 내려가 있겠다더니 나와 남자애들의 실랑이를 지켜본 모양새였다.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그리고 쌍둥이지만 호칭은 확실히 하라는 가정교육의 덕으로 꼬박꼬박 누나라고 하는 동생이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일종의 자제하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동생이 한숨을 쉬었다.
"아빠한테 보여. 거기까지 해."
"앗, 맞다!"
아빠! 급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저 멀리 익숙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아빠가 데려다 준다고 했었지. 간만에 얼굴을 볼 생각에 얼굴이 활짝 피었다. 자세히 보니 차 앞 유리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애들이랑 실랑이 할 때가 아니었다.
"어쨌든 바람이나, 사랑이 식었거나, 기타 등등 이상한 사유는 다 아니거든? 그러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막 말하고 다니지 마!"
하지만 말할 건 확실히 말해야지. 다시 홱 돌아 가볍게 쏘아보는 눈빛에 남자애들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방을 다시 고쳐 멘 후 발을 탁탁 털었다.
"알았어?"
"아, 어, 그래……."
"어……."
여전히 황당한 것 같았지만 대답은 얻어냈으니 됐다. 괜히 뿌듯한 기분으로 동생의 팔을 잡았다.
"가자! 아빠 기다리니까!"
"누나가 쓸데없이 시간만 안 버렸어도 벌써 차 탔겠다."
"에이, 쪼잔하게 굴지 말구."
살살 웃으며 잡아끄니 그래도 끌려와 준다.
"너희들, 황당하겠지만 우리 누나가 좀 이래. 이해해라."
"쓸데없는 말도 하지 말고!"
쓸데없는 짓만 안 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입술을 삐죽이니 재밌다는 듯 웃는 모습에 슬쩍 노려봐 주었다. 그렇게 차로 향하고 있으니, 곧 차의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어ー이, 사랑스러운 우리 쌍둥이들아~."
"아빠!"
우리가 오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차 문을 열고 내려선 아빠가 손을 흔들었다. 평범한 셔츠에 면바지 차림인데도 빛이 나는 것 같다. 나름 변장이랍시고 걸친 선글라스가 더 연예인스러운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었다.
-
떠도는 소문은 그 주인공이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실 전국을 뒤흔드는 인기 아이돌이자 배우이며 이혼 전적이 있는 사쿠마 레이는, 자식들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여러 요인으로 헤어지게 된 부인에게 아직까지도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죠.... 걔네랑은 같은데 다른 애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름을 새로 지을 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
근데 이걸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게 너무 많아서 이혼 3부작(...) 뭐 이런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