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일까. 삶이 아무리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라지만, 갑자기 이런 초현실, 아니, 비현실 쪽이 맞는 말일까? 사실 단어는 어찌되든 좋았다. 이런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상상하지 않을, 그런 일.
"맞죠? 이름이 안즈잖아요?"
맞다. 분명 자신의 이름은 안즈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조금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의 불청객은 말을 이었다.
"그럼 확실하게 우리 엄마예요."
그러니까, 난 자식이 없대두. 애초에 고등학생이라구, 교복도 입고 있잖아…….
"반가워요, 과거의 엄마! 나는 엄마의 딸이에요. 미래에서 왔어요!"
기대에 차 반짝거리는 아이의 표정은 어찌됐든 간에, 앞에 서 있는 안즈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만 가득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데도 도저히 전개를 따라갈 수가 없을 따름이었다.
즉,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아이의 말은 이랬다. 자기소개를 들으니 나이는 이제 막 9살이 되었다고 했고, 어쩌다 타임워프를 했는지는 비밀이란다. 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 아니냐고 반박하니 아빠가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면 재미 없다고 했어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아빠'는…… 누군데?"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즈는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냈다. 엄마가 있다면 당연히 아빠도 있을 터. 지금이야 학생이고 그럴 입장도 아닌지라 먼 이야기지만, 미래의 자신은 누군가와 연애-일지 맞선일지 모르겠지만-를 하고 결혼을 해서 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 아닌가.
"음~……."
아이가 잠시 고뇌하는 시늉을 하더니 방긋 웃었다.
"그것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어요!"
……대체 누구야? 안즈의 얼굴에 어이없음이 떠올랐다. 그럼 생각하는 척은 왜 한 건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성격을 보아하니 모나게 키우진 않았나 보다. 자신은 저렇게까지 활달한 성격은 아니니 아빠를 닮은 건가. 아니면 미래의 자신은 활달해지는 건가. 어느 쪽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아이의 입에서 아빠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안즈의 입술 사이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금방 맞힐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무슨 수로…… 그렇게 대답하려고 시선을 돌린 안즈가 이내 뭔가 깨달은 듯 굳었다.
"……."
왜 진작 몰랐을까? 아이는 예뻐도 너무 예뻤다. 칠흑같은 흑발에, 묘하게 매력적인 붉은 눈, 머리카락과 대비되어 더 하얘 보이는 새하얀 피부까지.
"……어?"
너무나 과하게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외향에 안즈는 눈을 깜박이며 재차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어느 한 군데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 안즈의 모습에 아이 역시 왜인지 놀라운 듯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와아, 정말 알겠어요? 이렇게 말하면 알 거라고 아빠가 알려 준 건데!"
아, 지금의 발언으로 더욱 확신이 섰다. 안즈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 이름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 예상이 맞다면 그 성은 아마ㅡ…
"사, 쿠마?"
"와아, 맞아요! 저, 사쿠마예요!"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안즈는 제 이름을 맞혀 신기하다는 듯 폴짝이며 기뻐하는 아이는 아랑곳않고 엉망으로 뒤섞인 머리를 감싸쥐었다. 대체, 미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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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빠 모르는 설정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애 너무 사쿠마 거푸집일거같아서 모를 수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