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휴일 오후, 길가에서 왠지 모를 말싸움(?)을 하고 있는 남녀는 주목받기 딱 좋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말싸움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남자 쪽이 발길을 옮겼지만 여자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끈질기게 뒤를 따랐다.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행동에 남자가 다시 뒤돌아 여자를 바라봤다.
"왜 안즈가 따라오겠다는 거야? 나는 그냥 고향에 들렀다 올 뿐인데?"
"마오 군이 부탁했는걸! 자기가 없는 사이에 리츠 군을 돌봐달라고!"
"돌봐……"
마 군, 쓸데없는 짓을…… 남자, 사쿠마 리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 군, 그러니까 고교 동창이고 덤으로 소꿉친구이기도 한 이사라 마오가 안즈에게 저를 지켜보라 언질을 넣고 MT를 간 모양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런 역할이었으니 이해는 가지만 말이야…….
"나, 애 아닌데?"
"난 부탁받았으니까 해야 돼."
"그냥 고향에 다녀올 뿐이라니까?"
"그게 문제야!"
마오가 부탁한 사항 중에, 혹시 리츠가 고향에 간다고 하거든 꼭 말려달라는 것도 있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부탁받은 일이니 안즈로서는 그 사항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말을 들을 리츠도 아니라서, 아예 함께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심지어 주말이 모자랄까봐 월요일에 학교를 땡땡이 칠 각오까지 하고 왔다. 안즈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어쨌든, 리츠 군이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난 따라갈 거야."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해?"
리츠가 의문을 담은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리 부탁받았다고 한들, 보통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렇게까지 집착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심지어 영문도 모르는 부탁을 받아놓고는 말이다. 가끔 이상한 데서 고집이 센 녀석이란 것은 고교 3년동안 겪어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다. 일개 동창생 따위, 내버려둬도 될 텐데. 리츠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친구니까."
"……하아. 네에, 네에."
뭐, 그럴 줄은 알았다. 예상대로의 대답에 오히려 김이 샌 리츠는 등을 돌렸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기차 시간에 늦게 생겼다. 이제 더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걷는 리츠의 뒤로 안즈가 쫄래쫄래 따라오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지금 리츠 군…… 왠지 불안해 보인단 말이야."
"……."
"곁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아서……."
잠시동안 무거운 공기가 둘 사이를 지나갔다. 정말이지,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리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 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상한 녀석이네, 정말. 맘대로 해."
이제 더는 투정부릴 수 없었다.
-
작은 마을이었다. 생각보다 더 본격적인 시골 풍경에 안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츠가 놀란 안즈를 흘깃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의외야? 하긴, 너무 후졌지?"
젊은이들도 거의 다 도시로 빠져 그야말로 늙은이들만 가득한 마을이다. 그래도 주변 환경은 제법 좋아 관광지 삼아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가끔 있는 편이었지만, 그것도 아는 사람만 아는 코스였기에 따지자면 폐쇄적인 성향의 마을이 맞을 것이다. 저나 안즈 또래의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무지하게 재미없는 동네였다. 안즈라고 별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냐. 친환경적이고 좋은걸. 다만…… 음, 어…… 좀 더 뭐랄까, 어느 쪽이냐 하면 부잣집 도련님 같았거든, 리츠 군은."
실례인가? 안즈가 난감하게 웃었다. 리츠가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아니. 그런 말 자주 들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고. 리츠가 고개를 들어 허공에 시선을 날렸다. 실제로 제 유일한 가족ー인정하고 싶지는 않다ー이 있는 곳은 이런 시골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산책용 정원이 딸린 으리으리한 대저택이라는 건 별로 알려주고 싶지도, 알려 줄 필요도 없는 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