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게 너무 생각이 안났는데 어떻게든 쥐어짜서 옛날에 적어놓은 썰(??)로 연성함. 역시 급하게 써서 영 마음에는 안 차지만.... 꼴랑 하나 쓰고 3월 지나갈 것 같아서.... 언데드 하코 때문에 4월 상순에는 아무것도 못할 테니까요^ㅡ^.... 하........(오열하며 땅침........)
달릴 예정이신 분들 모두 힘냅시다.
연성은 미래 시점입니다.(새삼;)
레이는 바빴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최정상에 올라선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같이 있지 못해준다고 해도 전혀 서운할 일이 아닌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부부 중 한 명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된 지금, 한 명이라도 돈을 벌어 생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니까. 아니, 사실 이것도 명분에 불과했다. 사쿠마 레이라는 사람은 지금껏 벌어들인 돈과 원래 있었던 집안의 재력을 합하면 그깟 돈 따위, 몇 개월이 무엇인가. 몇 년쯤은 안 벌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안즈는 그런 이유를 내세우면서까지 레이를 붙잡고 싶지 않았다.
“안즈.”
“……아.”
밤 9시. 태양이 지고 어둠이 깔려 레이가 활동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시끄럽게 소리가 흘러나오는 TV 앞의 소파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멍하니 시계만 바라보고 있던 안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대강 셔츠와 바지를 걸치고 자켓을 손에 들고 있는 레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가벼운 차림조차 화보같이 보이니, 참 언제 봐도 잘난 사람이었다. 안즈는 긴 원피스 자락을 걷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심야 방송은 오랜만이네요. 최근에는 계속 낮 스케줄만 있었으니까 힘들어 보였는데…….”
“뭘, 이 정도로.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말이네.”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는 눈빛에 레이가 상냥하게 눈을 접으며 안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손가락에 걸리는 긴 머리카락을 빗어주었다. 그 기분 좋은 상냥함에 안즈 역시 살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힘들지 않아요.”
“그럴 리가 없지. 아이를 품는다는 건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레이의 시선이 안즈의 부른 배로 향했다. 안즈는 현재 둘 사이의 첫 아이를 가져 일을 쉬는 중이었다. 본인은 더 일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첫 아이라 더 그런 건지 그냥 체질이 그런 건지, 입덧이나 임신으로 인한 체질 변화가 특히 심해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뒤부터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레이가 강제로 안즈의 소속사에 휴직서를 던지고 나와 집에 들어앉힌 것이었다. 그래도 워커홀릭 기질은 버리지 못해서, 레이가 집에 없는 낮 동안에 혼자 집안일 등을 하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는 모양이지만. 레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안 돼요. 그래도 집안일은 제가 할 거니까요.”
“이런,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구먼?”
“당연하죠. 바로 어제도 가사도우미를 들이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잖아요. 절대 반대! 자, 레이 씨, 일 늦겠어요.”
당연히 그 시선이 의미하는 것을 모를 안즈가 아닌지라, 안즈는 레이의 뒤로 자리를 옮겨 등을 밀었다. 자자, 가요. 나는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요. 정말로.
재밌는 듯 소리 내서 웃는 레이의 모습에 안즈가 밀던 등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레이는 귀여운 아내의 솜털 같은 주먹질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웃음을 유지하며 제 발로 현관으로 걸어갔다. 사실 조금 늦장을 부리긴 했다. 매니저가 픽업하러 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 테니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게나, 알았지?”
“그럴게요.”
“무리도 하지 말고……”
“밤이라 더 할 것도 없는걸요.”
걱정스러운 잔소리에 안즈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항상 이렇다. 이 사람은 자신의 작은 아내가 걱정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가급적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았다. 마냥 착하게 지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즈 이외에도 신경 쓸 것이 많은 사람이니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니까. 짐이 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었다.
“…….”
그게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 된다고 해도. 레이의 부드러운 눈빛을 마주보던 안즈는 곧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갖는 게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어린애 같은 고집이니까, 되도록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이상하지. 아이를 가지더니 마음도 여려진 것인지.
“……휴.”
“……?”
그러던 찰나, 문을 향해 방향을 틀던 발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들려오는 한숨 소리는 분명 레이의 것이어서, 안즈는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어이없게도 이미 촉촉해진 눈동자가 그대로 레이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런 표정을 하면…… 가기 싫어지는데 말이네.”
“아…… 그, 저, 아무것도……”
씁쓸하게 웃으며 뱉어진 레이의 말에 안즈는 곧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정말, 방해할 생각은 없다고, 그러면 안 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일 잘 하고 오라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 혀는 단어를 조합해내지 못했다. 답답함이 들어찬 안즈의 얼굴에 레이가 씩 웃었다.
“역시 그냥 출산까지 일은 쉬어 버릴까?”
“…….”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자신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레이가 일을 쉬게 되면 당장 일어나는 손해가 많았다. 팬들에게도 미안한 짓이고. 사쿠마 레이라는 이름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나 마찬가지인 것이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순간 안즈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중적이구나. 입술을 꼭 물고 바닥만 쳐다보게 되었다. 그저 잠깐 집에 혼자 있는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외로워서.
“고집쟁이구먼.”
레이가 그런 안즈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저 조그만 머리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리가 있나. 외로워서 같이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또 자기 자신보다 남들을 더 우선해서 외롭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아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러니 발길이 떨어질 수가 있나.’
발길만 떨어지지 않나, 당장 안고 들어가서 마음껏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만 한 가득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러고 있는 시간에도 사쿠마 레이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니까. 다시 나오는 한숨을 비집어 넣고 레이는 조금 무릎을 굽혀 울망한 눈동자와 눈을 맞췄다.
“외롭다고, 가지 말라고 한 마디 해 주면 좋으련만.”
“…….”
“아주 고집쟁이야, 안즈.”
“……필요한 고집이에요.”
“그렇지.”
레이의 손가락이 안즈의 눈가를 가만히 쓸었다. 이렇게나 어여쁜 사람. 아, 정말 가기 싫었다. 무릎을 편 레이는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숙이고 있는 고개를 잠시 바라보다가 양 팔을 뻗어 자그마한 몸을 꼭 안아버렸다.
“아, 레, 레이 씨?”
“그 고집은 눈감아 주고 있으니까 내 고집도 들어 줘야지.”
“……정말.”
부른 배도 상관 않고 힘껏 힘주어 껴안는 팔 힘에 안즈의 눈이 커졌다가 그대로 가느다랗게 미소지었다. 이 사람 나름대로의 어리광이자 배려 방식은, 항상 안즈를 위한 것이었다. 안즈도 그걸 알기에 벅찬 마음을 끌어안고 레이를 마주 안아주었다. 커다란 품에 안겨 있으면, 외로움 따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췄다. 언제나.
“다녀오세요, 인사해 줘야지?”
그리고,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눈 뒤 본인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던진 레이의 한 마디는 안즈를 소리 내서 웃게 하기 충분했다.
“다녀오세요.”
얼른 와야 해요. 마지막 고집으로 뱉지 못한 뒷말이었지만, 아마 전해졌을 것이다. 안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요구받은 볼이 아닌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쪽,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