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에서 옮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레이?"
다들 시간이 난 김에 자리를 갖죠. 그런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이 그리운 자리는, 옛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였다. 술은 썩 좋아하지 않네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즐겁게 합석해 자리를 즐기던 레이는 뜬금없는 와타루의 말에 의아한 시선을 돌렸다.
"요즘 힘을 쏟고 있는 일이 있죠?"
"……."
전혀 모르는 기색이 아닌 얼굴에 레이는 그저 피식 웃었다. 다 알고 떠 보는 게구먼. 속으로 중얼거린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고, 딱히 대답해 줄 말도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안주를 집어먹었지만, 와타루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었다.
"아주 재밌는 소문이 돌고 있다구요. 왜, 난공불락의 흡혈귀가 사랑에 빠졌다든가. 이 히비키 와타루, 이런 재미있는 얘기를 들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특히 이런 로맨틱한 사랑의 징조가 보이는 일은 그냥 흘려보낼 수 없지요. 어떤가요, 아니 땐 굴뚝이라고 할 셈인가요~?"
"글쎄……"
"레이~ 숨기면 「재미 없어」요."
"레이 형, 우리들의 눈은 피할 수 없다는 거 알지?"
장황한 와타루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묵묵히 안주만 집어먹는 레이를 보던 카나타와 나츠메도 곧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오랜 친구들은 작당을 하고 레이를 불러낸 것 같았다. 대충 흐름을 파악한 레이는 옆에서 조용히 앉아 고집스럽게 물을 마시고 있는 다른 친구를 바라보았다. 어디, 자네는 어떤가.
"……나는 상관 없는 일이다, 레이. 뭐, 재밌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만, 너라고 평범하게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지 않나?"
그 시선을 느낀 슈는 제법 담담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레이는 다시 눈을 반짝이는 소란스러운 친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목적은 이거였구먼?"
"그렇답니다~ 우리는 새로움이 삶의 원천이니까요. 알지 않나요? 레이, 어떤가요, 즐겁나요?"
"즐겁나요~?"
"단 하나의 사랑을 하고 있는 레이 형의 심리, 꽤나 궁금한데."
추궁하는 공기를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레이가 가볍게 술잔을 쥐고 한모금 들이켰다. 이 제멋대로인 친구들은 제 대답 한 마디를 들으면 만족하리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본인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그렇게 간단히 드러낼 수는 없는 법이지.
"안 즐겁겠어? 누가 봐도 쌍방향인데! 아~ 분해라~ 분해라!"
그런데 그 때, 어떻게 벗어날까 고민하고 있던 레이의 머리 위로 새로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근원지를 쳐다보니, 금발의 남자가 어느새 레이의 빈 앞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이건."
"이거라니. 당신 파트너인데요."
노골적인 단어 선택에 기분이 상한 듯 카오루는 곧 옆에 있던 새 병을 따 잔에 가득 따랐다. 그 모습에 슈가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러던지 말던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카오루는 가득 채운 술잔을 그대로 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사쿠마 씨, 오늘은 빼는 거 없어. 아주 낱낱이 파고들어 줄 거라고. 자, 마셔!"
"……허어."
그리고 그 술잔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레이의 앞에 놓였다. 아직 술은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취한 것 같은 행패를 부리는구먼……? 어이없이 중얼거리니 그런 건 아무래도 됐다며 카오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아무래도 황당한 상황에 레이는 그대로 와타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요, 사실, 이 자리의 이름은 '특종! 사쿠마 레이의 속마음을 파헤쳐라 대작전☆' 이랍니다. 자자, 그렇게 되었으니 마셔주세요~ 저희는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을 때까지 당신을 놔주지 않을 작정이니까요, 레이!"
"즉, 「취해」줘야 겠어요~"
"조금 거칠지만?"
"정말 야만적인 방법이 따로 없어. 난 네 편이다, 레이. 대신 마셔주진 않을 거지만."
"그거 정말 편 들어주는 거 맞나?"
하아, 어이없는 한숨을 한번 내쉰 레이가 친구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얘기인가, 이건. 그저 사랑에 빠진 흡혈귀가 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그저 그런 답답한 드라마인 것을. 이렇게 유흥거리가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레이는 곧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어쩌면, 꽤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술은 썩 좋아하지 않네만……"
예상치 못한 전개, 그리고 저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가진 이 안타까운 친구들.
"뭐, 할 수 있다면 해보시게."
모든 것이 레이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레이는 쉽게 취하는 체질이 아니었다. 이정도면 됐겠지 싶을 정도로 들이부었는데도 멀쩡하게 웃는 레이를 보며 카오루는 제 질린 표정이 백 번 쯤 나타났을 거라 생각했으며, 와타루와 카나타는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역시 우리들의 마왕이라며 박수를 쳤고, 슈와 나츠메는 과연 대단하군. 한 마디를 던진 것이 전부였다. 레이는 그들이 던지는 질문을 멀쩡하게 회피했고,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고 버텼다. 그야말로 이렇게 날릴 수는 없어, 난 오늘이야말로 사쿠마 씨의 취하는 모습을 봐야겠다며 갖가지 독한 술을 주문해 계속해서 술잔을 채우는 카오루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쯤 되면 취중진담을 듣기 위한 수작인지, 그저 취한 모습이 보고 싶은 건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더 줘야 되려나. 아니, 이 정도면 그냥 사쿠마 씨가 알코올인 거 아니야? 보통 사람들은 벌써 쓰러지고도 남았을 건데!"
그리고, 씩씩대는 카오루를 빤히 바라보던 레이가 차분하게 입을 연 건 그 때였다.
"……그렇게 쉽게 말해줄 것 같냐?"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는 레이의 말투가 갑자기 바뀐 것을 눈치챈 카오루가 고개를 팍 들었다. 이건, 이건 설마.
"어라?"
"자, 잠깐만!!!"
보람도 없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테이블로 쿵 엎어지는 레이의 상체를 본 다섯명은 당황의 눈길을 주고받았다. 아니, 방금 전까지는 멀쩡했잖아…….
"레이?"
"레이 형?"
"사쿠마 씨~?"
그러나 아무리 불러봐도 레이는 조용히 테이블에 이마를 댄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와, 진짜 취했나 봐. 근데 쓰러지면 어떡하냐. 당신 안즈 쨩의 어디에 반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설명해 줘야 한다구. 레이, 재미는 있었지만 대답은 하고 자야죠. 각각의 허탈함을 담은 목소리가 울렸다.
훗날 사쿠마 레이는, 이 날이 본인이 최초이자 최후로 취했던 날이라고 말했다.
"……저기, 이게 대체……"
"저는 레이 집의 비밀번호를 모르니까요~ 레이의 휴대폰은 꺼졌고, 번호를 알 만큼 언데드 멤버들과 친밀한 것도 아니고?"
모르긴 뭘 모르나.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술자리 멤버였지만 나머지 넷에게 끌려간 지 오래인 건 굳이 말하지 않은 와타루가 방긋방긋 웃었다. 현관문을 열고 불청객을 맞이한 여성은 매우 당황하면서도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와타루의 어깨에 매달린 흑발의 남자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 그런데 사쿠마 선배가 왜 이렇게…… 윽, 술 냄새……"
"맞습니다, 술입니다! 아주 거나하게 취해버렸죠! 놀랍지 않나요? Amazing!"
"네에? 말도 안 돼요, 사쿠마 선배는 그렇게 쉽게 안 취하는…… 으…… 얼마나 마신 거예요, 저까지 취할 것 같아……"
말하면서도 와타루가 건네주는 축 늘어진 선배를 받은 안즈는 취약한 향에 얼굴을 찡그렸다. 보아하니 한두 잔 정도가 아닌 건 확실했는데 앞의 다른 선배는 멀쩡한 것을 보면 레이만 집중적으로 마신 것 같았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보통 일은 아니라는 예감은 들었기에 안즈가 와타루를 추궁하듯 쳐다보았지만, 와타루는 여전히 모른 척 어깨만 들썩 할 뿐이었다. 그리고 안즈가 무사히 레이를 부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와타루는 "하루만 좀 돌봐 주세요, 그럼, 좋은 밤을. 아디오스!" 하는 황당한 대사와 함께 친절하게 현관문까지 닫아주곤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의 황당함은 생각도 안 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지만.
"……."
대체 뭘 어쩌라는 건가. 남겨진 안즈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 덩치 크고 무거운 선배를 어떻게 해야만 했다. 술은 썩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도대체 어쩌다 취할 만큼 술을 마시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ㅡ애초에 취한 걸 처음 봤다ㅡ, 이렇게 취해서 세상 모르고 늘어져있는 레이는 그냥 잠잘 때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자고 있는 건 똑같은데…… 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래도, 얼굴은 여전히……
"핫,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할 뻔했다. 남은 손으로 자신의 뺨을 몇번 두드린 안즈는 빠르게 침실로 향한 뒤 레이를 눕혔다. 와타루가 레이를 제게 맡긴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안즈에게는 이 술취한 선배를 아침까지 잘 데리고 있다가 돌려보내줘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선배."
좋아하는 남자랑 한 집에서 밤을 같이 보내야 하는 건, 뭐랄까, 조금.
"……."
가만히 레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안즈는 점점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끼고 잽싸게 일어섰다. 취한 사람한테 뭘 기대하고…… 조금 한심한 기분이 들어 뒤돌아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안즈?"
그랬는데……
"안즈 맞지."
언제 정신을 차린 걸까. 레이의 눈꺼풀이 올라가는것을 미처 보지 못한 안즈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ー... 맞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앉는 레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ー
"앗?!"
"내가 좋아하는, 안즈잖아……"
손은 속절없이 끌어당겨졌고, 몸은 꼼짝없이 무게를 잃고 단단한 품에 안겨버렸고, 머리는 평소와 다른 말투에 상황 파악을 못하고 멈춰버렸다.
"응, 좋다. 그 자식들, 감히 본인은 듣지도 못한 말을 들으려고 말야…… 그래봤자 말해줄 것 같냐? 나도, 누구 못지않게 좋아했다고. 쭉, 나한테는 과분한 태양인 걸 알았는데도 말야…… 그런 걸 말해주겠냐, 절대 안 말할 거라고."
그렇게 다시 눈을 감아버린 레이는 팔 힘만은 풀지 않았다. 잠시 눈을 깜박이던 안즈의 눈에 곧 눈물이 고였다. 비겁한 사람, 그런 말을 취중에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이게 꿈이라면, 깨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즈는 그대로 레이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와 나 글 너무 못써 어떡함;;ㅠㅠㅠ 진짜 역대급 개판이다;;;;(쫙쫙찢음) 아무래도 취하면 진짜 모습이 나오는거니까 레이는 오레이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사실 핑계고 그냥 그랬음 좋겠어서 날조함 아무튼 조금 달라졌지만 썰은 항상 그렇듯 취향메이트님(?)의 것을 빌렸습니다 늘 감사해요^ㅅ^💕💕 그리고 망쳐서 죄송합니다orz.....
☞ https://twitter.com/rose_tofu_/status/959697962816356352?ref_src=twcamp%5Ecopy%7Ctwsrc%5Eandroid%7Ctwgr%5Ecopy%7Ctwcon%5E7090%7Ctwterm%5E1
제가 술을 안먹어서 술관련해선 잘 몰라가지구... 구구절절하게는 못썼으니 그건 너그럽게 넘어가주세요 헷...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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