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은 전편과 같습니다 1편을 읽고 와주세요 뿅
아 근데 이번엔 레이가 안나와요(여러분:장난해요?)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익숙한 천장이었다. 아, 내 방이야. 아지트 내의…… 내 방.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 그 사실을 깨달은 안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옆구리에서 찾아오는 통증에-치료는 이미 끝난 듯 붕대가 감겨 있었다-그러지는 못한 채로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려니 곧 방문이 열렸다.
“아, 깼다.”
“……리, 츠…군.”
“…….”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인영에 안즈는 여전히 동그란 눈으로 리츠를 바라봤다. 리츠 군.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바로 그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그래,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저기, 나 어떻게 된,”
“됐고.”
의문을 표하는 안즈의 말을 칼같이 자른 리츠가 안즈가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 표정이 무척 굳어있어 안즈는 도로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 얼굴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앞으로 위험한 거 하지 마. 나서지 마. 알겠어? 너 없어도 인재는 충분하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서늘한 목소리에 안즈가 잠시 입술을 물었다. 그치만, 그치만.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있었지만 차마 뱉어내진 못하고 그저 리츠를 고집스레 바라보기만 했다. 알아줬으면 했다. 친동생이잖아. 리츠 역시 레이가 죽었을 때 안즈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안즈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리츠가 직접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없어도, 둘은 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고.
“고집 부리네.”
안즈의 눈빛을 본 리츠의 미간에 주름이 갔다. 몇 년을 함께했는데, 당연히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훤히 읽힌다. 리츠가 한숨을 쉬곤 안즈의 상처 부위로 시선을 옮겼다. 아지트로 실려온 안즈를 봤을 때 리츠는 숨도 못 쉰 채로 치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안즈는 여전히 아무것도 몰라주고 있었다.
너는 왜 그렇게.
곧 리츠의 시선 가는 곳을 안 안즈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일상이잖아. 리츠 군도, 이 정도 상처는……”
“아직도 모르겠어? 넌 죽을 뻔했어! 이게 그저 그런 긁힌 상처야?! 지금이라도 그만둬. 넌 이 일에 안 어울려. 관두고 평범한 네 이복동생이랑 같이 살아.”
지금이라면 아직 괜찮아. 넌 간부의 자녀였고. 감시는 좀 받겠지만. 덧붙인 리츠가 숨을 몰아쉬었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리츠는 안즈가 이 일을 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도 바보같이, 이 애는.
“……못 그만둬.”
고집을 부린다.
“죽을 뻔했다고. 모르겠어?”
이를 악물고 노려봐도 안즈의 눈빛은 굳건했다. 출혈 과다에, 적에게 던져진 먹잇감이 되어 죽다 살아난 주제에 눈빛은 쓰러지지도 않았다.
“알아. 하지만…… 난 계속 해야 돼. 리츠 군. 이해해 줘. 이해할 수 있잖아……”
“…….”
간절히 말하는 안즈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로 묵묵히 앉아있으니, 잠시 머뭇거리던 안즈의 입이 다시 열렸다.
“……저기, 날 데려온 건 누구야?”
“……쿠누기 씨랑 사가미 씨.”
“…….”
리츠의 퉁명스런 대답을 들은 안즈의 입이 닫혔다. 무언가 혼란스러운 듯한 눈빛에 리츠가 의문을 갖고 바라보자, 안즈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있지, 레이 오빠는…… 없었대? 그런 말씀은 없으셨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죽기 직전까지 가서 유령이라도 보고 온 거야?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안즈는 고개를 저었다. 나, 봤어. 레이 오빠였는걸. 그건 분명히…… 다급하게 이어지는 말에 리츠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지만 안즈는 눈치 채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잊을 리가 없잖아. 레이 오빠 얼굴, 아직도 생생해. 나는…… 나는, 잊은 적 없어. 10년이 다 돼가지만, 그건 분명히……”
“적당히 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즈가 흠칫 몸을 떨었다. 소리를 내지른 리츠가 앉은 채로 양 주먹을 꾹 쥐더니 그대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형은 죽었어.”
리츠의 잇새로 내뱉어진 말이 안즈의 가슴에 박혔다. 왜, 화를 내는 거야. 안즈가 떨리는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츠는 그대로 뒤돌아 문고리를 잡았다.
“넌 형의 뒤를 잇고 싶은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건 관심 없어. 솔직히 죽은 사람 따위 어찌되든 좋아. 살아있는 사람을 지키는 게 우선이야.”
“리츠 군……?”
이해할 수 없는 듯,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해할 수 없겠지. 리츠는 눈을 감았다 떴다.
“제발…… 죽은 사람은 잊어버려. 현실을 봐.”
안즈의 결심을 안 그 순간부터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말을, 리츠는 망설임 없이 내뱉고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
“……정말, 유령이었을까?”
예상 외로 상처가 빨리 아문 덕에 이제 움직이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안즈는 한숨을 쉰 후 눈앞의 비석을 바라보았다. 꾸준히 드나들며 주변정리를 해 준 덕에 비교적 깨끗한 무덤은 어느 때와 같이 조용할 뿐이었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 뒤로 리츠와는 별 대화를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리츠 쪽에서 피하는 느낌이었다.
“대답해 봐요. 유령이었어요?”
대답을 할 리가 없지. 안즈는 무덤 앞에 앉아 무릎을 모은 채 그대로 고개를 파묻었다.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이라.
- 형은 죽었어.
리츠의 차가운 일갈이 머릿속에 울렸다. 정확히 7년 만에 입에 올린 형의 죽음이었다. 진짜 형이 죽었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던 7년 전 이후, 처음이었다.
괜한 말을 했어. 눈물이 나왔다. 리츠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래도, 보고 싶었어. 유령이라도.’
꿈에도 나와 주지 않았으니까, 야속했다. 그래서 유령이라도 좋았다. 그저,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바보 같다.’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즈는 여전히 7년 전의 소녀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길어질 생각이 없었는데 또 이렇게 되는군요 항상 생각만 없었지 결과는 똑같아.....(불어나는 미역 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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