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제목이 되어있는 4주 전 에버노트(이것도 한창 사쿠마레이 벽칠때 빡쳐서 쓴것<대체다)
"레이 씨."
"으음?"
오랜만의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였다. 동거를 하고 있긴 했지만 둘 다 최근엔 일이 바빠 얼굴을 마주볼 일이 적었던 탓에 간만에 오프가 겹친 오늘같은 날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풀자고 내내 생각했는데, 막상 날이 닥치니 그럴 수 없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생겨버린 탓에.
안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심각한 표정으로 밥그릇에만 시선을 주었다.
"안즈?"
불러놓고 혼자 심각해진 연인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레이는 답을 재촉하듯 안즈를 불렀다. 간만에 둘이 보내는 날이니까 유익하게 보내자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부른 안즈의 표정은 영 좋지가 않았다. 이유도 모른 채 대답을 방치당한 레이는 당연하게도 괜히 초조함을 느끼며 식사중이던 젓가락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내가 모르는 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어제 밤에 귀가가 늦어진 것에 화가 난 건가, 잠투정이 너무 심했나. 그 짧은 시간에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침을 꿀꺽 삼키고 안즈를 바라보자, 레이의 시선을 의식한 안즈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응, 말해보게나. 왜 그러누…? 몸이라도 안 좋은가? 표정이 안 좋은데……"
"아…… 비슷하긴 한데, 저기……"
"뭐? 어디가 안 좋은 건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벌떡 일어나 반응을 보이는 팔불출을 진정시키며 안즈는 속으로 자신의 입을 때렸다. 아니, 그런 거 아니고요, 잠시 잠깐만 제 말 좀…… 이어지는 안즈의 말에 끝까지 듣자고 생각했는지 레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자, 안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그런 각오를 다진 안즈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어떡해요, 임신했대요……."
"……."
레이가 5초간 의식이 멈춘 채 굳어있게 만들기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서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프러포즈를 몇 년을 미룬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짜증을 이끌어내기에도 아주 충분했다.
"하아…… 어떡해, 어떡해. 레이 씨, 이거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요……? 레이 씨 아이돌인데, 연애까진 어떻게 넘어갔어도…… 이런 건…… 그런데 안 낳을 순…… 없는데…… 레이 씨 혹시……"
"당치도 않는 소리 하지 말게, 안즈."
덤으로 새 생명이 찾아온 것을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울상을 지으면서 레이의 안위부터 걱정하며 전혀 고려 대상에 없는 선택지까지 꺼내들려고 하는 안즈도 레이가 한숨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