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생각지도 않게 넋을 놓고 쳐다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 눈은 곱게 휘어지며 아가씨, 하고 상냥한 음색을 뱉어내곤 했다. 그럼 서두르며 대답을 뱉는 나에게 다시 웃어주는 그 얼굴이, 그 붉은 눈동자가, 그 모든 순간을, 조금은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가씨는 이 몸을 빤히 쳐다볼 때가 많구먼. 뭐라도 묻은 건가? 그렇다면 말로 해 주게나~ 쳐다보고만 있으면 모르지 않나."
"아, 저, 그런 건 아니에요."
살래살래 도리질을 치면, 사쿠마 선배는 또 살짝 웃더니 한쪽 팔을 턱에 괴고 보던 서류로 눈을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별거 아닌 그 동작에도 목덜미를 감싸며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눈에 박혔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 이 학원 내에서 미모로만 꼽자면 베스트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봐도봐도 묘한 매력이 있는, 마치 사로잡힐 것만 같은 외양을 가진 이 선배는 언제나 내 마음을 간질이고 있었다. 물론 이 학원에는 선배 이외에도 다양한 매력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이 많고 그 반짝임을 사랑하고 있지만, 이 사람은…… 뭔가 달랐다. 아직,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조심스레 내뱉은 사과의 말에 선배의 고개가 다시 이쪽을 향했다. 스치는 머리카락의 소리마저 크게 울리는 것 같은 긴장감에 내 몸은 잠시 경직됐다. 아, 괜히 말했을지도. 그런 후회가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던 순간.
"자주 있는 일이니 괜찮단다. 뭐어, 아가씨에게 당하는 건 조금 색다른 기분이다만."
"……네? 아, 저, 저기……!"
아니, 잠깐만요.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을 부유했다. 뭔가 다른 사람이 들으면 엄청나게 오해 살 발언을 들은 것 같은데. 당황해 얼굴만 빨개진 채로 눈을 깜박거리고 있으니, 곧 선배가 내 모습을 보곤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놓고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 별거 아닌 모습마저 아름다운듯한 느낌에 잠시 호흡하는 것을 잊었던 것도 같다.
"눈동자가 신경이 쓰이는고?"
"……."
빨려들 것 같은 붉은 눈동자가 이쪽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건…… 조금, 위험할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굳은 몸을 겨우 움직여봤지만, 고개를 조금 까딱하는 것이 다였다. 뭐라고 말을 해야 폐가 되지 않을까 필사적으로 고민해봤지만 마땅히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지. 혹시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느냐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건 없다네~ 조금 외모의 기준치가 높을 뿐…… 아, 스스로 말하면 재수없을지도 모르겠구먼. 어쨌든, 이 눈은 그냥 평범한 눈이라네. 그저 붉어서…… 유혹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긴 하지."
그렇게 말하며 웃는 모습이 정말 유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을 깜박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유혹하지 말아달라고? 나뿐만 아니라 당신이 그런 모습으로 있으면 누구든 유혹되고 말 거라고? 뭐든 아닌 기분이 들어 별다른 대꾸를 못하고 입술만 물고 서 있자 선배의 입이 다시 열리는 게 보였다.
"……그러고보면, 아가씨의 눈동자 색은 이 몸과 완전 반대였지."
"아…… 그렇, 네요."
"이렇게 찬찬히 보니까……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되는구먼."
분명 내 눈동자는 푸른 색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의 눈 색과 반대인 색. 사쿠마 선배의 눈 색과 반대…… 빨강과, 파랑. 새삼스레 자각한 사실에 조금 눈을 숨기고 싶은 낯간지러운 기분이 되었지만 이유는 몰랐다.
"좋은 색이야. 아가씨의 눈동자는 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깨끗한 색이라고, 항상 그렇게 느꼈다네. ……낯간지러운가?"
"……네, 에."
"익숙해지도록 하게나. 그게 앞으로도 편할 테니."
무슨 의미예요?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눈웃음을 한번 지어준 후 다시 서류로 눈을 돌린 선배에게 다시 말을 걸 용기는 이미 다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