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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카제를 용서하지 못한다
안즈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마오의 친구이자 학생회 소속으로 덕분에 안즈와도 꽤 안면을 튼 사이였다. 하지만 정말 그 뿐이고, 안즈의 일방적인 짝사랑인지라 최대한 들키지 않게 조심을 해 왔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지만.
“안즈 쨩?”
“앗, 어어? 왜 그래, 유우키 군?”
“응… 어제부터 조금 멍해 있네… 어디 아픈가, 해서.”
“아, 아냐.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아픈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고민이 있으면 우리한테 의지해 줬으면 한다, 안즈.”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클래스메이트인 마코토와 호쿠토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 마오의 친구들이라 1학년 때부터 친목을 쌓은, 믿음직스러운 친구들이다. 괜히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해진 안즈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 뭐야뭐야, 따돌리기~? 나도! 나한테도 얘기해 줘야 해, 안즈!”
쾅, 앞문이 열리더니 막 들어온 스바루도 뛰어들어 합세했다. 이제 들어오는 중이었으면서 어떻게 대화를 다 들은 건지. 아케호시 군은 정말 귀가 좋구나, 감탄하며 안즈는 역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좋아! 우리 사이에 숨기는 거 없기니까! 알지?!”
“아케호시…… 조금 소리를 줄여. 그래, 안즈. 뭐든 다 털어놓으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거다.”
“그래, 그래! 사랑 고민 같은 거라도 얼마든지 좋으니까! 오히려 여자애들보다 우리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치, 웃키?”
“?!”
안즈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역시 다들 알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에, 에? 그, 글쎄,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야, 안즈쨩…? 그럼 조금 외로울지도……”
“무슨 소리야, 웃키~ 안즈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그야, 나도 조금은 그렇긴 해. 그 녀석, 아무리 생각해도 안즈가 아까워~”
“아케호시.”
이어지는 대화를 듣는 안즈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지는 걸 눈치챈 호쿠토가 둘에게 조용히 눈짓으로 경고를 줬지만 아무래도 알아듣지 못한 듯 했다. 그런 호쿠토의 노력이 어찌됐건, 확인사살을 당해 버린 안즈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지만.
“저, 저기, 다 알고 있었어? 셋 다? 아니지, 이사라 군까지 넷인가…”
“응? 안즈가 좋아하는 애가 누군지? 그야 좀 보면 아는 걸. 일단 안즈, 태도부터가 달랐고.”
“아…….”
“아, 안즈 쨩…… 혹시 기분 상했어? 미안해! 알고 싶어서 안 건 아닌데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다 보니 그런 것 같지 않아~? 가 돼버려서, 근데 진짜였어……?”
- 내가 알던 애 중에도 그런 애가 있었지. 지 딴엔 힘껏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다 들킨 후였다고. 너도 딱 그런 타입이야.
정말 그런 타입이었나 보다, 어제 이즈미에게 들은 말을 되새기며 안즈는 괜히 풀이 죽고 말았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니.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정도는 안즈도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남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스스로 알리는 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본인의 귀에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있었기 때문에 꽁꽁 숨겼던 것이었는데.
‘이젠 아무래도 좋아져버렸네…….’
하아, 주위에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한숨 쉬던 안즈의 시선이 교실 앞문 바닥에 닿았다. 정말 우연이었고 특별히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
뭔가가 스르륵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길고 유연하고, 왠지 모르겠지만 투명한……?
‘뱀?’
“안즈?"
"안즈 쨩?"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안즈가 이상했는지, 안즈의 시야에 스바루의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순간 놀란 시선을 스바루에게로 옮겼다가 다시 쳐다본 바닥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으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잘못 봤나……?’
하아, 머리가 복잡해지니 별 헛것이 다 보인다. 분명 그 뱀 요괴를 생각해서 헛것이 보였나보다 생각하고 안즈는 생각을 접었다. 지금 중요한 건 헛것이 아니니까.
* * *
사람 좋은 웃음 짓고 있는 여우.
얼마만이더라. 아마 동료-라고 자칭하는 모임-의 한 사람이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다고 알려주러 온 뒤인 것 같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썩 반갑지 않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았으므로 이즈미는 굳이 표정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하얀 여우도 그런 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이즈미 쨩, 완전 오랜만이지!”
“왜 온 건데? 어떤 건방진 게 내 결계를 뚫고 들어오나 했더니. 인간 냄새 풍겨. 가까이 오지 마.”
“어라,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는 거? 이즈미 쨩, 독거노인마냥 숲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봐주러 오는 건데, 너무 야박해~”
“내가 야박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싫으면 안 오면 되는 거고.”
“저~엉말 여전하네~”
백여우, 아라시는 꼬리를 살랑이며 웃었다. 이 인간 싫어하는 뱀 요괴 씨와는 꽤 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요괴와 사람의 교류가 끊기고, 요괴들이 결계를 치며 숨어 살기 시작하고, 사람으로 둔갑하고 섞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얼굴 볼 일은 적어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 안부를 확인하러 오곤 했다. 올 때마다 반기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몇 백년간 이즈미를 봐온 아라시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땅 정화는 확실하게 시키고 있나 봐. 파릇파릇하네. 역시 이즈미 쨩은 츤데레라니까.”
정말 어울리지 않는 능력이지만, 하고 덧붙이는 아라시에게 이즈미는 코웃음으로 화답했다.
“깨끗하지 않은 건 못 참으니까. 일단 인간들이 사는 땅이기 이전에 내가 사는 땅이고, 더러운 것들이 꼬이는 것도 짜증나잖아?”
“뭐, 덕분에 이 마을 인간들도 덩달아 잘 살고 있고 말야~”
“나루 군, 내 성질 긁으러 온 거?”
“어머나! 그럴 리가.”
능청스럽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아라시를 보던 이즈미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 대충 짐작이 가긴 했다. 안부를 확인하러 왔다고는 해도, 아라시는 재미없는 일에 열의를 쏟진 않는다. 분명 이 숲에 풀어놓은 여우들이 보고한 건이라도 들은 거겠지. 예를 들면,
“인간 여자애랑은 어때? 우리 애기들한테 그 얘길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이즈미 쨩~?”
그래, 이런 거.
이즈미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미간을 짚었다. 요괴고 인간이고, 타인은 귀찮기 짝이 없는 존재다. 이즈미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타인은, 정말 몇 없었다.
관련한 번외편을 코치사님이 써주셨습니다 >< 항상 고마워요~~ ☞ http://kchisa.tistory.com/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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