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달라진 것은 많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떠들고,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귀가하는 나날에 행선지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물론 계속 혼자였던 이즈미에겐 그 변화가 낯설고 거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안즈에겐 조금 희한한 사람을 알게 된 정도에 그치는 변화였다.
“안즈!”
“아, 이사라 군.”
“마침 잘 만났다. 이거, 반에 돌려서 작성 좀 해줄래? 학생회 설문인데, 난 지금 다른 반에도 들러야 해서. 일손이 부족해. 미안.”
문득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지금은 다른 반이지만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인연으로 꽤 절친한 학생회 소속 이사라 마오가 서 있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 사는 아이이다. 본인이 자초하는 것이긴 하지만, 좀 더 여유 있게 살아도 좋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여유 있게 살아도 좋을 텐데, 하는 얼굴이네~ 안즈는 표정을 못 숨기니까 말이야. 아니면 왜 그녀석이 아니라 너인거야~ 하는 얼굴인가?”
“에?”
안즈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생각이었는데 들켜버린 모양이었다. 과연 사람 뒤치다꺼리를 많이 하면 그만큼의 눈치도 생기는 것인가, 그런데 아무래도 생각 말고 다른 것도 들킨 것 같다.
“그 녀석은 3학년 층에 갔거든. 같이 올 걸 그랬나?”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사라 군!”
“으응~? 뭐, 짓궂다고 생각되긴 싫으니까 여기까지. 난 비밀은 지키니까 걱정 말라고. 그럼, 잘 부탁해!”
“자, 잠깐!”
손을 설렁설렁 흔들어주고 저만치 사라지는 마오에겐 안즈의 다급한 목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는 듯 했다.
* * *
“그래서?”
“그 뒤에 마주칠 일이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언제부터 알았냐고…….”
“뭐어, 너, 표정 읽기 쉬우니까.”
“얼굴은 잘 보지도 않으면서 잘도 그런 말을 하시네요……?”
안즈는 웬일로 나무에서 내려와 땅을 밟고 서 있는 이즈미를 휙 노려보았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안즈가 왔을 때부터 계속 땅을 밟고 나무에 기대선 채였다. 여전히 삐딱하니 고개를 돌리고 얼굴 정면은 잘 내비쳐주지 않았지만.
“너 같은 애들은 하는 게 똑같거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말.”
뭐야, 안즈는 인상을 팍 찡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다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혼자만의 비밀로 안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설마하니 이런 요괴한테 제일 먼저 터놓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표정에 온갖 게 다 드러나면 세상 살기 힘들지.”
나지막이 들리는 말소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표정을 안 보고 있으니 모르겠지만, 여전히 재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겠지 싶어 안즈는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말을 하면 좀 쳐다볼래? 예의하고는.”
“별로 쳐다볼 필요성을 못 느껴요. 세나 씨도 고개 돌리고 있으면서.”
“너랑 내가 같아? 하아… 그래, 뭐 됐고, 내 일도 꼬이고 있는 판에 내가 왜 네 연애 얘기 같은 쓸데없는 걸 들어주고 있어야 하는 건지?”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꼬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기로 했다.
“그치만, 다른 애들도 알고 있으면 어떡하냐구요……”
“내가 알던 애 중에도 그런 애가 있었지. 지 딴엔 힘껏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다 들킨 후였다고. 너도 딱 그런 타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