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간 여자아이들은 숲 속에서 이종족이라 생각되는 존재를 만나면 놀라며 도망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당돌한 여고생은 도망은커녕 자리에 붙박이처럼 서 움직일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역으로 너무 놀라버려서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뱀 요괴, 세나 이즈미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요괴예요?”
“허어.”
짤랑, 요괴의 긴 귀걸이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럼 뭐라고 생각한 거야, 어이없는 한숨이 한 번, 눈을 깜박이길 두 번. 아무래도 그리 성격 좋은 요괴는 아닌 듯-성격 좋은 요괴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예쁜 얼굴이 찡그려지는 것까지 지켜본 안즈는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딜 봐서 인간으로 보여? 제정신?”
요괴의 팔에 감겨 있던 흰 뱀이 음산한 소리를 내며 어깨로 기어 올라갔다. 그래, 분명 인간은 아니겠지. 옷차림 하며 요상한 문신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뱀을 몸에 감고 있는 사람이라니, 오히려 사람이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눈동자는 저렇게 예쁜데…….
순간, 안즈의 생각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처럼 요괴는 등을 돌렸다. 더 이상의 시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을까.
“요괴의 눈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는 것도 몰라? 멍청하네. 자, 꼬맹이들이 숲을 나다닐 시간은 지났어. 난 어린애들 뒤치다꺼리는 취미 없으니까 얼른 돌아가라고~? 계속 여기 있겠다면, 뭐, 그 뒤엔 나랑은 상관없지만.”
말을 마친 요괴의 시선이 안즈를 잠깐 스친 느낌이 들었지만 맞았는지 틀렸는지 생각할 새도 없이 그림자가 사라져 버렸다. 주위의 나뭇잎들이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 적막한 바람과 함께 흘러온 나뭇잎 한 장이 아니었다면 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있었네…….”
녹음의 밤에 갑작스레 맞이한 전설의 일부는, 두려움보다는 서운한 느낌이었다.
뺨 쳐달랬더니 등을 밀어버려서 연재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