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요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조부모님께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 요즘 요괴들은 똑똑해서, 사람과 섞여 살기도 한단다.
- 그렇지 않은 요괴는 자존심이 아주 대단하지. 인간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않아해.
당시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만남은 생각보다 쉽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 예전의 안즈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 만일 그런 요괴를 만난다면, 조심하도록 하렴, 아가.
* * *
이 마을은 숲과 마주보는 구조였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숲에서 살다시피 한 아이들이 많았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라나, 숲이 근처에 있긴 했지만 그다지 외진 곳도 아니어서 사는 데 불편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교육상의 이유로 이사 오는 사람도 늘어 영화에서 나오는 적막한 촌락과는 거리가 있는 마을이었다. 물론 숲을 밀자는 의견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재개발 얘기도 몇 번 오갔지만 숲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그 곳에서 살아왔던 노인들의 반대가 가장 컸다.
이 숲은 우리 조상들이 숲의 생물들에게 평생 지켜주기로 약속한 대가로 마을을 정화시켜 주는 땅인데 함부로 건드린다면 천벌이 내릴 것이다, 는 이유였지만 안즈를 포함한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럭저럭 마무리되고 자연 친화적인 마을로 급부상하며 숲을 미는 얘기는 사그러들긴 했지만 아직도 그 이유는 너무 구닥다리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랬는데…….’
“뭐야? 설마 평생 산 동네에서 길을 잃었다곤 하지 않겠지. 볼일 없으면 꺼져.”
눈앞의 새하얀 사람은,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분명 인간이 없는 걸 확인했는데. 아, 완전 짜증……”
팔에 감긴 흰 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그 동작마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 보여서, 안즈는 오히려 입을 다물어 버렸다.
- 아가, 요괴에겐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단다.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은, 호수와 같은 옅은 푸른색의 눈동자를 피하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