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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

[우타프리/렌하루] 이유


※ 아직 올스타 렌 루트를 하지 못해 숙지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날조주의!※

사실 리핏도 너무 한지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나미씨, 음.... 계속 이런 말 하기도 그렇지만 역시 느낌이 좀 내가 원했던거랑 다르네."


"아앗, 어느 부분이..."


"여기는 이렇게 발랄한것보단 조금 차분한 느낌이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여기도.."


탁.

하루카는 눈을 비비며 문을 닫았다. 손에는 악보가 한가득이었다. 하루종일 리타이어 받은 곡들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는데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짧은 CM곡인데도 이번 클라이언트는 매우 엄격했다. 곡 마디마디를 지적하며 제품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듣는 그 시간들이 힘겨워져 올 쯤, 다른 스케줄로 인해 클라이언트가 떠나고 하루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들어온 집안은 불이 다 꺼져있어서 매우 새카맸다. 하루카는 손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어, 왔어?"


"히에에엑?!"


불을 켜자마자 거실에 앉아있는 인영이 보였다. 당연히 하루카는 질겁을 하고 뒤로 물러났고, 그 인영이 재밌다는 듯 하하 웃기 시작하고 나서야 정신을 가다듬고 그 사람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초 일류 아이돌이자 진구지 재벌의 삼남, 자신의 연인 진구지 렌이었다.


"하하, 너무 깜짝 놀라는데."


"다, 당연하잖아요! 이런 어둠 속에 사람이 앉아있었는 걸요!! 그것도 아무도 없는 집에!"


"에, 놀랄 일이야? 내가 허니 집에 한두번 오는 건 아니잖아? 열쇠도 있고."


"정말, 그만 놀려주세요..."


진심으로 놀랐는지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하는 하루카를 본 렌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루카에게 다가갔다. 하긴, 저라도 어둠 속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다면 놀라겠지. 하다못해 우리 귀여운 허니를 상대로 내가 뭔 짓을. 장난이 심했다는 걸 인정하며 렌은 조용히 하루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하루카는 그대로 렌의 가슴에 고개를 푹 묻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병주고 약주고가 따로 없었지만 그런 것까지 인지할 정신은 아니었다.


"일하다 왔어? 벌써 저녁시간인데. 밥은 먹었고?"


"네, 이제 막 끝나서...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려고 그냥 왔어요."


"흐음. 그런데... 설마 이게 다 이번에 맡은 거야?"


렌이 하루카의 팔 안에 안겨있는 악보뭉치들을 보며 물었다. 얼핏 봐도 15장은 족히 돼 보인다. 의뢰를 한꺼번에 많이 받은 걸까. 그렇다곤 해도 너무 많았다. 하루카는 따지자면 자신의 직속 작곡가 같은 것이라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작곡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CM송 같은 간단한 곡들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 작곡해준다고 해도 동기들이나 마스터코스 선배들에게 주는 우정곡 정도였는데 지금 자신의 동기들은 활동 예정인 사람이 없었고, 선배들은 이미 유닛 활동 중이다.


"아, 맞긴 한데 이건... 리타이어당한 것들이예요. 다 늘어놓고 조금 고치고 고치고 하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아져선... 지금도 이걸 고치다 오는 중이라서..."


"열심이구나."


"제 일이니까요."


이제 조금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루카는 렌의 눈을 맞추고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렌 역시 마주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자신의 연인은 항상 일에 열심이었고, 일을 사랑하는 여자였다. 책임감도 강해서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새 일을 더 늘려버리기도 했고, 한번 일에 열중하기 시작하면 옆에서 누가 뭘 해도 모를 정도로 열정적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이 학창 시절에 자신의 일은 자신이─앓아눕는다고 해도─를 강요해서 생겨버린 현상이기도 했지만, 딱히 그것을 이유삼지 않더라도 근본이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럼 우리 사랑스러운 허니께서는 식사를 못하겠구나."


"아, 딱히 그렇지는...않은데요..?"


"아냐, 일해. 식사는 내가 준비할테니까."


"네,네? 아니예요. 제가 먹을 건데... 달링은 이미 저녁 드셨잖아요. 안 드셨어요?"


"응, 먹었지만 허니가 이번에야말로 리타이어 받지 않고 무사히 나와 데이트하려면 내가 꼭 밥을 해줘야 할 것 같네."


그렇게 말하곤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렌을 하루카가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자 렌이 다시 주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일해, 한마디를 덧붙이고 윙크를 날리며 다시 사라졌다. 하루카는 풋 웃었다. 이렇게 연속으로 백 당한 적은 상당히 오랜만이라, 슬슬 하루카의 몸에 무리가 오고 있다는 것을 렌이 알아차린 것이 틀림없었다. 학창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니까 안다고 해서 놀라울 것도 없긴 하지만, 매우 고마웠다. 렌의 완벽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쉬라는 말보다 훨씬 와닿기도 했다.


하루카는 거실 탁자에 대충 악보들을 늘어놓고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뭘 하려는지 프라이팬을 달구고 있는 렌이 보였다. 자신이 오는 소리를 이미 들었는지 하루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채였다.


"왜? 도와줄 거 있어?"


"안 도와주실 거잖아요."


"정확하네. 맞아. 우리 허니는 나 없어도 해낼 수 있는데 뭐."


"감사해서요. 컨디션이 안 좋은 걸 알아차려 주신 거죠?"


"글쎄."


의미심장하게 웃고는 있지만 렌의 눈은 맞다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엄격한 것 같으면서도 항상 하루카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렌의 태도는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달링은 참 상냥해요."


"허니가 점점 부끄러움이 없어지네."


"사실인걸요.. 항상 누구보다 먼저 제가 힘들 때를 알아 주시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그게 왜인 것 같아?"


"에?"


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웃고 있었다. 하루카는 렌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부끄러운 말을 원하는 것이다. 몇번이고 해줘도 부끄러운, 그만을 위한 사랑 고백.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 기어코 그런 장난을 치는 렌이 얄밉고 부끄러워서 하루카의 얼굴은 빨개지기 시작했다.


"제가 힘...들어하니까...?"


"허니, 아직도 부끄럽구나?"


기어코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린 렌을 차마 보지 못하고 하루카의 고개는 점점 밑으로 떨어졌다. 내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 알면서.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렌의 발이 하루카의 시야에 보였다.


"그리고 내가 나나미 하루카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이지. 우리 귀여운 허니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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