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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글

[언라이트/리즈루디] 첫눈

* 루디아 크램프스 스토리 네타가 있습니다

* 리즈 레어 네타도... 있나? 네타 주의!


[리즈루디] 첫눈

 w. 수애린


아침에 눈을 떠 나와본 연병장의 풍경은 온통 하얬다. 첫눈이었다. 창밖으로 바라볼 때도 꽤 많이 쌓인 것 같더니, 밖에 나와 바라보니 발이 빠지고도 남을 정도는 되는 듯 했다. 리즈는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진다 싶더니 이런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군. 괜히 중얼거려본다.

분명 오늘 아침은 눈 치우기부터 시작할텐데, 쌓인 양을 보아하니 만만하진 않을 것 같았다. 이걸 언제 치우나, 또 새삼스레 한숨을 내쉬어보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며 얼어붙은 곳이 없는지 살펴본다. 혹여 누군가 지나다니다가 미끄러진 길에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성가시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피식 웃는다. 어느 군기 빠진 놈이 미끄러져 넘어지는지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


어릴 적엔 눈이 오면 동네 남자애들이랑 던지며 논다던가, 눈사람을 만든다던가 하는 것을 했던 것 같은데 커갈수록 그럴 일은 사라졌다. 점점 그럴 여유가 없어지기도 했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뛰어다녀야 했던 리즈에겐 그저 방해물이 되어갔으니까. 없으면 좋은 것, 있어도 밟고 넘어가야 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괜히 아침 일찍 눈이 떠져 감상적이 되는 날에는 그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던 때가 그리워지곤 했다. 항상 과묵했지만 눈밭에서 뛰어노는 아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있던 그때 그 시절. 그럴 때도 있었지, 하고 괜히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지어진다.


"리즈!"

"..루디아?"


과거를 되짚어보던 리즈는 등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등뒤에는 익히 봐오던 작은 꼬마 아가씨가 서 있었다. 레지먼트에 파견나온 엔지니어 부부의 어린 딸, 루디아였다.

작년 이맘때 길을 잃고 헤매던 루디아를 발견해 부모님에게 데려다 주었던 그 날 이후부터 이 꼬마 아가씨는 자신에게 지대한 호감을 보였다. 그것을 계기로 꽤 친해졌고, 실제로 루디아는 리즈를 많이 따랐다. 판데모니움에서 레지먼트에 오는 날에는 꼭 어떻게든 리즈를 찾아 같이 놀고 돌아갈 정도로.

그런데 이 꼬마 아가씨는 이런 이른 아침에 왜 여기까지 온 건가. 그렇게 기지 내에서는 위험하니까 혼자 맘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리즈가 내심 당황스러운 마음에 물끄러미 루디아를 내려다봤다.


"이것 봐! 리즈 눈사람!"

"나?"


리즈는 루디아에게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아, 분명히 있다. 루디아가 앙증맞게 모은 양손 안에 작은 눈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만든 건지 삐죽삐죽한 머리카락 형태까지 완벽하게 표현한 눈사람. 작은 돌로 이목구비까지 완벽하게 구현한 상태였다. 좀더 잠을 자도 모자랄 시기에 아침 일찍부터 눈밭에 앉아 이런 걸-무려 자신을 본뜬 눈사람- 만들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괜히 머쓱하면서도 귀엽다. 투박한 군인 아저씨의 신분인지라 어린 여자아이의 감성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정성들인 작품을 가장 먼저 보여주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리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려고 온 거야. 리즈 눈사람이니까! 어때? 괜찮아? 얼굴이 너무 못생겼을까나..."

"아냐, 잘 만들었어. 특히 이 머리는 완전 똑같네. 어려웠을 텐데 장하다, 꼬마 아가씨."

"정말?! 와아- 다행이다!"


칭찬 한마디에 화사해지는 루디아의 얼굴을 보며 리즈는 또 위험하게 혼자 돌아다녔냐는 핀잔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그만큼 제가 만든 것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겠지. 저 눈사람을 양 손에 담고 뛰지도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왔을 것 아닌가.

괜히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마음에 리즈는 루디아의 머리를 슥슥 쓸어 주었다. 루디아가 환하게 웃었다.


"이거 리즈 줄게. 선물이야! 첫눈 선물!"

"이걸 주려고 이런 아침에 잠도 안 자고 온 거야?"

"응, 얼른 주고 싶었는걸. 있지, 우리 방 앞에 눈도 내가 제일 먼저 밟았어. 완전 좋아!"

"좋았겠네. 이건 고마워. 잘 받을게."


리즈는 눈사람을 받아 자신의 숙소 현관 옆 시원한 곳에 잘 두었다.

눈사람이라.

문득 아까까지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다시 생각난다. 이 아이도 언젠가는 간밤에 내린 첫눈에 설레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귀찮아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앙증맞은 손으로 눈을 뭉쳐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날이 올 지도 모르지만, 그 때가 오기 전까지는, 적어도 자신이 옆에 있을 동안에는 계속 이렇게 순수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 뛰어놀던 자신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지. 


"자, 가자, 루디아. 부모님한테 혼나기 싫지? 걱정하시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지."

"으-음.. 응, 알았어. 리즈 눈사람 예쁘게 봐줘야해!"

"알겠습니다, 아가씨. 자, 가자."


잠시간 망설이는 표정을 짓던 루디아가 리즈의 등에 순순히 업혔다. 리즈는 천천히 일어서 루디아의 숙소 쪽으로 향했다.


네 마음이,

이대로 계속,

이어지기를.




-



루디아가 구레지에서 얼마나 지냈는지 얘네 처음 만났을때 리즈가 입대 몇년차였는지 제가 알게 뭡니까... 테크웨이가 안풀어주는걸?

공식에서 풀어줄 때까지는 내 망상이 공식인 것(젼나)


그런고로 크램프스에서는 1년 쯤 지난 후입니다 일단 소재가 첫눈이라서 ㅇㅅㅇ;; 사실 그림 4컷로그정도로 그리고 싶었는데 진짜 너무 귀찮아서....

연습장엔 끼적거려놨지만....

역시 글로 쓰면 막 없던 내용도 생기고 그르네요 흐허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대물로도 보고 싶다.


리즈루디.. 사겨.. 겨론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연성 못하는 병에 걸린 내가 귀찮음을 이겨냈다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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