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갈등, 고뇌. 지금 안즈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왜? 어째서? 계속 자문자답을 해봐도 빙빙 돌기만 하고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아 한숨을 푹 내쉬며 교실을 벗어났다. 일단 답답한 공간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어이, 안즈!”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안즈는 살짝 몸을 틀었다. 아, 마오 군.
“아, 다행이다. 얼굴 못 내밀어서 미안. 꽤 바빴어. 애들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어. 많이 놀랐지?”
“얘기? 아…….”
요괴 관련한 얘기. 그러고 보니 마오는 진작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 알고도 평범하게 인간 친구 대하듯이 그 셋과 어울려 왔던 거다. 그 애들에게 듣자하니 마오 본인도 안 지 꽤 오래된 요괴가 있다고도 했는데, 신사집 아들인 주제에 요괴가 꼬이다니 팔자부터가 이상하단 얘기를 웃으면서 한 기억이 있었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제 괜찮아. 마오 군이야말로 바쁜데 신경 쓰게 만들어서 미안.”
“에이, 뭘.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마오가 손사래를 치며 멋쩍게 웃자 안즈도 따라 웃었다.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여 감각이 이상해져 버린 최근, 이렇게 정상적인 대화를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안즈는 문득 마오 군이랑 비슷하게, 나도 사실 요괴가 꼬이는 체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이, 이사라! 선생님이 부르셔!”
마오의 뒤쪽 복도에서 남학생의 얼굴이 쏙 나타났다. 안즈는 그 얼굴을 확인한 뒤 황급히 눈을 피했다. 당연하지만, 그 애였다.
“어? 무슨 일이래? 알았어, 갈게! ……안즈, 나 가볼게. 다음에 봐.”
살짝 윙크를 날리고 손인사를 날리는 마오의 뒤로 안즈가 짝사랑하는 남학생은 웃으며 안즈에게 슬쩍 손을 흔들어 준 뒤 사라졌다.
- 좋아하는 애한테 어필 안 해? 차였냐?
“윽.”
왜 하필 지금 그 재수 없는-감정이 조금 격해졌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가. 어필이라니, 사실 어필하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고, 애초에 안즈는 자신이 그 애와 사귈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내왔다. 짝사랑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 잘 잡으라고. 놓치면 죽을 만큼 후회할 테니까.
또 다른 말이 떠올랐다. 아니, 사라져 주세요. 왜? 왜 생각나는 거야. 마오를 만나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빙빙 돌던 생각들이 다시 부유하기 시작했다. 뱀, 요괴, 세나 이즈미, 짝사랑하는 그 애, 숲, 고백……
- 차였냐?
괜히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아 벽에 기대섰다. 안 차였다. 애초에 차일 만 한 뭔가를 하지도 않았다. 그게 무서워서 여태 고백도 못하고 있는 건데. 이즈미는 안즈가 차여서 우는 모습이라도 구경하고 싶은 건가. 괜히 삐뚠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남의 연애 사정은 관심 없다면서 은근 참견하고 있지 않은가, 그 사람. 요괴지만.
“……고백……”
하고 싶다. 당연히.
“진짜 차이면 위로해 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사람 떠보기나 하고.
“…….”
했다가 차이면 당신 때문이라고 따지러 갈 수는 있겠다. 급기야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안즈는 수업 종이 울릴 때까지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