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이.. 다 돼가는군요 저를 치진 마시고 뱀즈미를 쳐주세요 그럼... 20k............
생일 축하한다, 세나 이즈미! (근데 안즈가 안나옴)
"도대체 무슨 애가 경계심도 없고 고집만 세서는. 무슨 인간이 저래?"
"그러게 말이야~"
"?!"
결국 여느때와 다름없이 해가 지기 직전까지 숲에 머물던 안즈를 어둑어둑해지기 전에 쫓아낸 후 중얼거리던 이즈미의 혼잣말에 누군가가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숲 언저리에 사는 요괴라곤 자신밖에 없는 탓에 순간 흠칫했지만, 곧 누군지 알았다. 그것은 못 알아들을 수가 없는 동료의 목소리.
"쿠마 군……. 뭐야?"
"어라~ 셋쨩,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데~"
"반갑겠어?"
이즈미의 쌀쌀한 온도에도 상관하지 않고 쿠마 군이라고 불린 요괴는 싱긋싱긋 웃기를 반복했다. 곧 밤이라 기운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이즈미는 가볍게 지면에 발을 디뎠다.
쿠마 군, 그러니까 사쿠마 리츠는 도깨비 류의 요괴다. 흡혈귀의 습성도 지니고 있어서 예전부터 낮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밤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나와서 밤공기를 만끽하곤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영역을 벗어나는 걸 귀찮아하는 녀석이라 산에서 내려오지 않곤 했는데, 여기까지 행차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일 터.
"음…… 뭐, 나도 별로 반가운 건 아니지만 말이야, 10년 전에도 만났었고~ 아직 얼굴 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에."
그렇게 말하는 리츠를 빤히 쳐다보던 이즈미는 곧 뭔가를 느끼곤 미간을 구겼다.
"……끌려온 모양이지?"
"오, 역시."
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더니 뒤에 있던 나무에서 누군가가 쏙 얼굴을 내밀었다.
그럼 그렇지.
느껴지는 기운이 리츠의 것만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눈치 챌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이 숲은 이즈미의 영역이고, 결계를 쳐 놓고 사는 타입인지라 침입자는 금방 알 수 있기에.
"……요즘 나한테 볼일이 많네, 나루 군?"
"네네, 안녕~ 오늘도 여전히 불퉁해 보이네, 이즈미 쨩! 주름진다?"
"그런 건 인간이나 생기는 거야."
칼같은 이즈미의 답에 아라시는 후후 웃었다. 이틀 만인가, 또 얼굴을 보인 이유는 알 만 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기로 하고 이즈미는 다른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Leader, 제발 스스로 걸어 주세요! 이만큼 끌고 왔는데도 여전히 걸을 생각을 안 하시네요!"
"오, 스오~ 저기 세나가 보여! 언제 이만큼 온 거람! 대단한데!"
"격 높은 고양이 요괴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으음? 그런 건 몰라~ 앗, 말 걸지 마! 인스피레이션이 떠오른다! 종이!"
"Leader……"
츠키나가 레오, 스오우 츠카사.
이 동료라고 불리는 모임의 리더 격인 레오를 가장 말단인 츠카사가 끌고 오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아마 아라시와 리츠가 츠카사에게 모든 걸 맡기고 먼저 와 버린 모양이었다. 소란스럽긴 여전하구만. 한숨을 내쉬면서 이즈미는 팔짱을 꼈다.
"왕님까지 끌고 온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이번에는 리츠에게 시선을 보냈다.
"셋쨩이 드디어 그 인간 여자애한테 고백한다고 들어서?"
"하아?! 누가 누구한테?!"
"셋쨩이 인간 여자애한테."
대답할 가치가 없다. 일단 넘기고는 이번엔 레오를 힘겹게 끌고오는 데 성공한 츠카사에게 무섭게 시선을 돌렸다.
"카사 군."
"앗, 세나 선배! 오랜만입니다. 이 스오우 츠카사, 아버지를 대신하여 인사 드립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자주 오는 쪽이 오히려 민폐지만. 왜 왔어?"
"나루가 재밌는 일이 있다고 해서 조금 흥미가 생겨서 말이야~ 세나~ 재밌는 일이 있다면 공유를 하고 살자고 말했는데! 욕심쟁이구나!"
글렀다. 이즈미는 인내의 숨을 들이켰다. 이 여우, 순순히 물러날 것처럼 말해놓고선 삼 일도 안 돼서 다 끌고 쳐들어올 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라시를 째려봤지만, 돌아오는 건 능청스러운 반응뿐이었기에 곧 그만두었다. 이 집단은 꽤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남이사 어찌 되든 상관 없어하는 집단이었는데, 과연 나이를 먹은 건지 인간들 사이에서 살다보니 오지랖이 넓어진 건지. 후자인 것 같지만 말이다.
"무슨 말을 듣고 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재밌는 일 같은 거 하나도 없으니까."
"세나, 인간 여자랑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니니까."
평소엔 행방도 알 수 없게 싸돌아다니는 왕님을 대체 어떻게 찾아온 건지. 나루 군은 능력도 좋다고 빈정대고 싶은 마음은 잠시 미뤄두고 이즈미는 딱 잘라 대답했지만,
"안즈 누님인가요, 꽤 평판이 좋은 선배님이니까 저도 보살핌 받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세나 선배에게는 너무 아까운 기분이 듭니다…으아악, 당기지 말아주세요, 세나 선배!"
아무래도 헛소문은 이미 퍼진 모양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먹이 찾아 달려드는 동물들처럼 달려왔겠지만. 츠카사의 양 볼을 잡아 늘려 응징하는 이즈미를 보던 리츠가 입을 열었다.
"별로 기억할 마음은 없었지만, 걔잖아? 셋쨩이 꽤 관심 가지고 지켜봤던 여자애. 흐음, 최근에 알게 된 거지만 우리 마 군이랑도 인연이 있는 모양이라~"
"마 군은 누구야."
"마 군은 마 군이야. 으~음, 내가 사는 신사 집 아들?"
"언제부터 신사에 살았던 거야, 도깨비가……."
이즈미는 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지는 기분에 대화를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튼, 이 인간, 아니, 요괴들은 이즈미의 속을 긁으러 온 것은 확실했으니까.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나 고민하는데 다시 리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셋쨩, 이러니저러니 친절하면서 솔직하지는 못하단 말이지. 아까 걔, 밤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보낸 거지~ 이해해, 무심코 챙겨주고 싶어진단 말이지, 어린 애들은~"
네가 무슨 어린 애를 챙기냐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근데 말야, 정말 그것 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
서늘해진 이즈미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츠는 하품까지 하며 말을 이었다.
"셋쨩은 어지간하면 자기 영역에 발 디디는 거 싫어하는 거, 우린 다 알고. 그니까 그냥 인정하는 게 편하지 않아?"
"……."
"어차피 한두 해 본 애도 아니잖아. 그거 다 알고 있는데, 우리."
그런 거냐며 소란스럽게 떠드는 레오는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 채로, 이즈미는 리츠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고 있는 리츠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